[휴플러스]제56회 탐라문화제 개막

[휴플러스]제56회 탐라문화제 개막
산지천 탐라문화광장에 가면 탐라문화 있다?
  • 입력 : 2017. 09.15(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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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탐라문화광장 특설무대서
무형문화재 공개 시연·체험 등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
행정시는 민속예술·걸궁 경연
가장퍼레이드엔 3천여명 참가
풍물시장·국수가게도 문 열어


제주시 원도심에 수백억 예산을 들인 탐라문화광장이 만들어졌다. 고요하던 산지천 바닥을 후벼내고 오래된 건물을 헐어내며 요란스럽게 등장한 탐라문화광장이지만 이름값이 무색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산지천에 놓인 오래된 다리 하나 정비 못하면서 무슨 광장이냐는 불만이다.

그같은 '미완'의 탐라문화광장으로 탐라문화제가 간다. 제주도와 한국예총제주도연합회(제주예총)는 이달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탐라문화광장 일원에서 제56회 탐라문화제를 연다. 매년 첫째주에 치러온 축제지만 올해는 추석 연휴가 겹치면서 일정을 앞당겼다.

1965년 관덕정을 주무대로 펼쳐진 제4회 한라문화제(탐라문화제). 이 시절 한라문화제 기록 사진엔 행사장마다 인파로 가득한 풍경이 등장한다. 사진=제주예총 제공

이번 탐라문화제는 기원축제, 제주문화가장(假裝)축제, 제주문화축제, 참여문화축제로 크게 나뉜다. 탐라광장 특설무대가 차려진 산짓물공원, 북수구 광장 등이 주요 행사장으로 변신한다.

기원축제는 첫날 오전 11시 삼성혈에서 봉행되는 탐라개벽신위제로 문을 연 뒤 제주문화의 향불을 탐라문화광장으로 가져가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개막 행사를 치른다. 20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되는 개막행사엔 모두라기합창단, 국악협회, 넌버벌 퍼포먼스 '비밥' 등이 출연한다.

제주문화가장축제는 제주문화 콘텐츠를 이용한 가면, 분장, 춤, 노래, 퍼포먼스 등으로 꾸민다. 23일 오후 6시엔 제주시 중앙로 사거리에서 산지천 특설무대까지 제주 43개 읍면동 출연 단체와 공모 참가자 등 3000여명이 행진하는 가장퍼레이드가 도심 거리축제로 펼쳐진다.

지난해 열린 제55회 탐라문화제 거리 퍼레이드. 사진=한라일보 DB

제주문화축제로는 무형문화재 공개시연과 체험, 제주문화관, 제주어축제, 민속예술축제, 학생문화축제 등이 잇따른다. 이중 제주문화관에는 '산지천의 어제와 오늘전' 등이 걸린다. 민속예술축제에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민속예술·걸궁 부문 경연을 벌인다. 민속예술 부문 최우수팀은 내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제주 대표로 출전할 자격을 갖는다.

참여문화축제에서는 한·중 우호축제로 중국 호남성 예술단 공연과 서예교류전이 진행되고 중국의 닝보와 취안저오, 일본의 나라와 요코하마가 참여하는 동아시아문화도시 공연이 이어진다. 강릉단오제위원회의 '강릉학산오둑떼기', 동두천 시립이담풍물단의 '신명나는 놀이판 유쾌, 상쾌, 통쾌' 공연도 예정됐다.

탐라문화제 걸궁 경연.

청소년예능페스티벌, '내 눈에 비친 제56회 탐라문화제' 어린이 그림그리기, 문학백일장 등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찾아가는 제주문화박물관, 제주농업문화행사, 국제자연예술전시회, 탐라풍물시장, 탐라카페, 우리동네 국수가게 등도 차려진다.

탐라문화제 기간엔 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가동된다. 기존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주차장에서 운행해온 셔틀버스를 종합경기장을 포함한 2개소로 확대하고 운행대수도 7대로 늘린다.

부재호 제56회 탐라문화제 대회장은 "이번 탐라문화제는 원도심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개최 장소인 산지천 수변, 광장, 공원, 골목, 거리, 복원 가옥 등의 특색을 수용하는 도심형 축제로 전환했다"며 "탐라의 얼을 전승하고 다양한 세대가 공감하고 소통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753-3287.



관덕정 한라문화제 인파… 옛 인기 재현될까

1962년 제주예술제에서 출발

65년부터 한라문화제로 개칭

2002년 탐라문화제 명칭 변경


제주사람이라면 탐라문화제에 대한 기억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을까. 1962년 제주예술제에서 출발한 탐라문화제는 반세기 넘는 세월을 넘고 넘으며 지금껏 살아남은 제주의 대표적 축제 중 하나다.

1962년부터 64년까지는 제주예술제로 치러져 중앙극장, 제일극장, 제주시민회관이 무대가 됐다. 1965년부터는 한라문화제로 이름을 바꿔 제주예술인을 넘어 전 도민이 참여하는 축제로 확대했다. 관덕정을 시작으로 공설운동장,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등으로 행사장이 옮겨졌다. 2002년 지금과 같은 탐라문화제로 개칭했다. 신산공원, 탑동광장 등이 축제장으로 쓰였다.

한때 구름떼 같은 인파를 모았던 탐라문화제는 제주의 전통문화를 보듬는 역할을 해왔다. 2014년 펴낸 '탐라문화제 50년'에 따르면 이 축제를 통해 방앗돌 굴리는 노래, 귀리 겉보리 농사일 소리, 멸치 후리는 소리, 해녀노래, 불미공예 등을 발굴했고 제주도문화재로 지정되는 성과를 낳았다. 탐라문화제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조랑말경주는 제주마축제로 커갔고 남제주군 시절 특화 행사로 열렸던 성읍민속마을 정의골한마당축제와 덕수리 전통민속재현행사는 마을 축제로 자리잡았다. 바다축제는 제주해녀축제로 새롭게 변모했다.

제주어말하기대회로 대표되는 탐라문화제 제주어축제는 사라져가는 제주방언을 지키고 그 가치를 널리 알려왔다. 제주도내 43개 읍면동 풍물패 등을 조직한 일도 탐라문화제가 계기가 됐다.

장홍종 전 제주예총 사무국장은 지난 탐라문화제를 회고하면서 "불꽃처럼 일시에 피었다가 사라지는 축제들이 많지만 탐라문화제는 제주의 대표적 전통문화축제로 한해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며 "해마다 제주문화명절로 열려 재일동포와 재외도민들이 문화 귀성객으로 고향 제주를 찾아 제주문화를 아로새겨온 축제"라고 했다.

탐라문화제는 제주에서 일찍이 생겨난 축제인 만큼 그동안 만듦새를 놓고 공과를 따지는 목소리가 많았다. 횟수가 늘어갈수록 다른 유사 축제나 문화 행사와 곧잘 비교대상이 됐다. 탐라문화제는 '제주 전통문화 잔치'라는 중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과제를 안으며 60회를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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