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13)에필로그

[한국 해녀를 말하다](13)에필로그
“전국 해녀유산 체계적 조사·지속가능 물질 방안 마련 서둘러야"
  • 입력 : 2017. 10.29(일) 2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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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0월말이다. 지난봄 분홍빛 산철쭉으로 붉게 물들었던 한라산은 '울긋불긋' 화려한 가을옷으로 갈아 입었다.

늦은 4월부터 시작한 '제주출향해녀기록-한국해녀를 말하다’ 기획탐사가 이달로 6개월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1960~1970년대 보릿고개 시절 먹고살기 위해서 제주를 떠나 육지부와 일본으로 나가 살고 있는 제주출향해녀 등의 삶의 현장을 기록하는 작업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제주를 벗어나 전국을 찾아다니며 단순한 육상 구술 채록이 아닌 1일 현장동행 취재 방식으로 진행을 하다보니 날씨와 시간과의 싸움의 연속이었다.

직업의 특성상 새벽에 물질(해산물 채취)을 나가는 해녀들과 동행하기 위해 새벽 4~5시 기상은 기본이었고 빡빡한 취재 일정으로 차로 300~400㎞ 장거리 이동도 다반사.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해녀들의 물질모습과 마을어장의 생태계를 촬영한 후 씻을 공간이 없어 공중화장실에 들어가 페트병으로 물을 받아 샤워를 하기도 여러번. 풍랑주의보와 태풍으로 인해 취재일정을 변경하기도 여러번이었다. 육상날씨가 좋아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해녀물질에 동행했으나 수중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다른지역 취재시 다시 들러 촬영하기도 반복했다.

하지만 물속에서 해산물을 캐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참아가면서 수중사진 촬영에 협조를 해 주신 해녀분들이 있어 좋은 영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멀리 제주서 오느라고 고생했다며 갓 잡은 전복과 소라, 멍게 등을 아낌없이 내주시던 해녀분들, 물질 후 집으로 초대해서 전복을 구워서 내 주던 일본 미에현 시마시에 살고 있는 김미진씨의 배려는 취재팀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특히 제주해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후 제주도 해녀들에 대한 지원과 혜택은 더 좋아졌다고 하는데 "우리는 달라진 것 하나도 없다"는 제주출향해녀들의 하소연은 가슴 한켠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함을 전해 주었다.

일본 대마도에 와서 머구리 물질을 배운 것이 "참으로 원통하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제주시 행원리 출신 원순덕 할머니의 모습은 그동안 일본에서의 삶의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이런 제주출향해녀들의 지난했던 삶을 반추하는 이번 취재는 지난 4월 제주해녀들의 출향 거점지인 부산광역시 영도구를 시작으로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통영시, 울산시 동구 일산동, 포항시 구룡포,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울릉도, 일본 미에현 시마시, 오사카에 살고 있는 제주출향해녀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기록했다. 아울러 전국 언론사 최초로 제주출향해녀와 출향해녀 2세, 현지 해녀들이 물질하고 있는 8개 마을어장의 수중생태계를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었다.

6개월간 국내외 거주 제주출향해녀 과거·현재 삶 채록
지역언론 최초로 8개 마을어장 생태계 조사도 진행
기존 자료 인용 보도 탈피한 동행취재 기록가치 높여
사진·영상기록 제주해녀박물관 전시 교육자료로 활용
해녀국제학술대회서 취재물 발제해 공론화 확산 시도
TV 다큐멘터리도 제작해 등재 1주년 기념 전국 방송


▶탐사 결과=이번 탐사는 지난 2011년 제주해녀 마을어장 수중생태환경조사, 2012년 제주바당 조간대 해양문화유산 탐사, 2013년 제주바당 올레길 탐사, 2015년 제주바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제주연안수중생태계 탐사에 이은 다섯번째 해양탐사였다. 이 때문에 제주출향해녀들을 만나 생애 구술을 채록하는 것 못지 않게 이들의 해산물 채취 공간인 마을어장의 수중생태계를 조사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동안 제주출향해녀와 관련, 전문가들의 자료와 사진을 인용한 보도와 지역별로 단발성 해녀 관련 기사는 많았지만 해녀들의 삶과 지자체별 정책, 마을어장 수중탐사까지 병행한 취재는 이번이 처음으로 취재물은 귀중한 역사의 기록물이 될 것이다. 한국해녀를 기록하는 중대한 작업인 만큼 도내외 전문가들로 자문팀을 꾸리고 출향 역사 등 자료검증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이번 탐사를 통해 제주출향해녀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었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해녀지원 정책의 한계, 고령화로 해녀가 사라진 마을어장, 마을어장 작업권을 따내기 위한 피나는 노력 과정, 해녀들의 물질방식 및 소득 분배, 지역사회 갈등 극복과정, 부산국가지질공원 '이기대'에 남아있는 해녀막사(불턱) 등 잔존해 있는 해녀문화유산 등도 확인했다.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이용해 진행한 국내외 8개 마을어장의 수중생태계 조사는 힘든 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다. 육상양식장에서 배출수가 유입되고 있는 포항시 병포리 마을어장은 다른어장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병포리 마을어장은 육상양식장이 밀집해 있는 제주의 마을어장과 유사했다. 청각, 톳 등 유용해조류와 해산물이 없는 사막과 같은 바다였다.

이에 반해 육상오염원이 없는 일본 미에현 시마시 고자마을과 울릉도의 마을어장은 해양생물 다양성이 높은 풍요로운 수중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주출향해녀들은 현지에 정착해 40~50년 이상 물질을 하고 있지만 영원한 이방인으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제주도 해녀들과 달리 자신들이 소유한 마을어장이 없어 선주가 돈을 주고 마을어촌계에서 임대한 바다에서 물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미미하다. 일부 지자체 주민들은 앞으로 20년 후 사라질 제주해녀들에게 왜 지원을 해주느냐는 말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제주해녀문화를 전국에 전파한 이들 대부분은 60~70대 후반으로 향후 10~20년 이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지속가능한 물질을 위한 방안 마련과 이들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는 작업이 더욱 절실한 이유이다.

▶취재 성과=이번 탐사는 제주출향해녀와 제주출향해녀 2세, 현지 해녀(육당해녀) 등 한국해녀를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6개월동안 4명의 취재팀이 수차례 도내외를 오가며 발품을 팔아 만든 '제주출향해녀기록-한국해녀를 말하다'는 13회 기획보도에 이어 TV다큐프로그램으로 제작돼 전국에 방송될 예정이다. 신문과 방송에 미편집된 사진과 동영상도 제주해녀박물관에 기증, 전시돼 학생들의 교육과 관광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제주출향해녀기록은 제주해녀 유네스코 등재 1주년을 기념해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제주칼호텔에서 인도네시아, 미국, 필리핀, 일본 등 전세계 해녀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2017 제주해녀문화 국제학술대회'에서도 발제될 예정이다. 제주도교육박물관은 취재팀이 촬영한 전국 출향해녀사진을 다음달 학생들의 교육용으로 전시하기로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11월 6일 본보와 공동으로 '제주출향해녀들의 삶과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정책 세미나 및 토론회'를 개최해 제주출향해녀의 지속가능한 물질과 보존방안 등을 모색키로 했다.

특히 전국 최초로 제주출향해녀와 출향2세, 현지 해녀들이 물질하고 있는 8개 마을어장의 수중생태계를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한 것은 전무한 일로 앞으로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변하고 있는 한반도 해양생태계의 변화상을 조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제주출향해녀들을 포함한 한국해녀들에 대한 기록은 이제야 첫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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