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병의 목요담론]한라산의 날을 지정하면 어떨까

[김완병의 목요담론]한라산의 날을 지정하면 어떨까
  • 입력 : 2017. 11.02(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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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까지 제주의 땅이 만덕 할머니의 은빛으로 가득했다. 조선 후기에 임금은 제주 출신 의녀 반수 김만덕의 소원을 들어준다. 당시 정조는 백성을 구한 김만덕의 공을 높이 칭송하면서 기꺼이 금강산 구경을 시켜준다. 한라산만큼이나 금강산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산은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제주 사람에게는 한라산이 신에 버금갈 정도로 아주 특별하다.

한라산은 어떤 곳일까. 화산 폭발에 의해 태어난 산으로, 지질자원의 학술적 가치는 물론 계절에 따른 다양성과 아름다움이 독특할 정도로 한라산은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또한 한라산은 그 속에 살아가는 여러 생물의 피난처이면서 제주 사람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타임캡슐과 같은 존재이다.

국제연합(UN)에서는 2003년부터 산의 가치와 산 속의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서, 12월 11일을 '국제 산의 날'로 제정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산림청 주관으로 10월 18일을 '산의 날'로 지정하였다. 제주도에서는 공식적으로 한라산의 날은 지정되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연초(보통 2월 말 전후)에 한라산신제봉행위원회의 주관으로 산천단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그리고 대한산악연맹 제주특별자치도연맹에서는 5월 말에 한라산철쭉제(제1회 1967년 5월 21일), 제주산악회에서는 1월 말에 만설제(제1회 1974년 1월 13일)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라산은 1966년 10월 12일에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 1970년 3월 24일에 국립공원으로 각각 지정되면서, 1973년 9월 1일에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문을 열게 된다. 아픈 역사도 있다. 1948년에 4·3이 일어나면서 한라산 입산이 전면 금지되었다가 1955년 9월 21일에야 한라산개방 평화기념비가 백록담에 세워지면서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되었다.

새천년에 들어서는 유네스코 협약에 의해 한라산은 각각 2002년 12월 16일에 세계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 2007년 7월 2일에 세계자연유산지구로 등재, 2010년 10월 1일에 세계지질공원 대표 명소로 인증받으면서, 한라산의 보편적 가치가 세계 속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올해는 고상돈 산악인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최고의 거봉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며, 그 전초 훈련지가 바로 한라산이다. 이날을 기념하여 1978년부터 9월 15일을 '산악인의 날'로 지정되었고 2011년부터는 고상돈로 전국걷기대회가 매년 11월 초에 1100도로에서 열리고 있다. 이제 한라산은 산악인뿐만 아니라, 제주 사람들은 물론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이다. 에너지는 쓰면 쓸수록 고갈된다고 하지만, 한라산만큼은 해가 갈수록 무한한 에너지원이 되어 주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라산신이 노여워할지도 모른다. 한라산은 숱한 방법으로 재충전되면서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한라산에 의지해 살아가는 생물다양성을 위해서라도 그렇다.

한라산은 어디에서 본 모습이 가장 위풍당당할까. 한라산의 날을 지정하여 한낮 한시에 누구나가 동시다발적으로 한라산의 모습을 기록하는 순간을 상상해보라. 알뜨르 비행장에서, 형제섬에서, 강정 포구에서, 쇠소깍에서, 한마음초등학교에서, 교래 곶자왈에서, 수월봉에서, 평화로에서, 관탈섬에서 그리고 가슴 속에서도. 오는 주말(11월 5일)에 붉게 물든 고상돈로를 걸으면서 한라산이 남겨준 그리고 남겨줄 유산적 가치를 음미해보길 기대한다.

<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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