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밥상을 탐하다] (6)일본해녀 '아마'들의 밥상(상)

[제주해녀 밥상을 탐하다] (6)일본해녀 '아마'들의 밥상(상)
시마시 고자항 해녀밥상 '화려함'보다 ‘신선함’으로 한가득
  • 입력 : 2017. 11.06(월) 2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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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을 하고 있는 김미진 해녀. 사진=김희동천기자

전복을 술찌꺼기에 발효시킨 '가즈스케' 맛 독특
제주출신 김미진 해녀 '우미 냉콩국' 시원·달콤



한국과 일본에서는 모두 해녀를 '海女'로 표기하지만 각각 고유의 문화적 특징을 가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원음의 발음에 따라 한국은 '해녀' 일본은 '아마'라고 구별하고 있다. '아마(海女)'라고 불리는 일본의 해녀는 현재 18개 현에 2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중 미에현(三重縣)에, 가장 많은 1000여명이 있다. 그중에서도 시마반도가 761명으로 가장 많다. 제주해녀들의 밥상이 소박하면서도 가족애·정성·책임감이 스며 있는 것처럼 일본 '아마'들의 밥상도 그럴까. '아마'들의 음식을 탐색한 취재기를 두차례로 나눠 싣는다.



오분자기장.

▶한국의 해녀와 일본의 아마=기계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해산물을 채취하는 이들의 일은 같지만 물질 방법은 조금 다르다. 제주해녀는 자신의 몸을 밧줄로 묶지 않고 자유롭게 잠수해 10~20m를 들어가는 등 누구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 않지만 일본 해녀의 조업 방식에는 '후나도'(舟人·뱃물질)와 '가치도'(徒人·갓물질)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후나도는 부부가 배를 타고 나가서 작업을 하는데 해녀가 해산물을 채취하면 남자는 해녀 허리에 연결된 생명줄을 끌어당기는 조업 방법이다. 남자도 해녀문화의 한 부분인 셈이다. 가치도는 해녀 홀로 작업하는 방식으로 부표에 7~8m의 밧줄을 허리에 연결해 부표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업을 한다. 또 제주에서의 불턱과 마찬가지로 힘든 작업 후에 지치고 언 몸을 녹이는 '아마고야(부뚜막)'도 있다. 해남인 '카이시'도 여름에는 아마들과 같이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

일본 전복발효음식인 가즈스케.

일본 아마들의 밥상에도 가족애와 책임감, 거친 바다와 시간과의 사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녀음식을 '연금술사'에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채취해온 것들을 날것 그대로인 회로, 구이로, 불·물과 간장을 조합시켜 지짐으로, 소금과 시간을 더해 젓갈로 재탄생시킨다. 해녀는 연금술사가 되어 혼을 불어넣어 밥상을 차린다.



▶고자마을 해녀회장의 '가즈스케'="물질해서 애들 다 키웠죠. 43년째 물질을 하고 있는데 자식들이 해녀라는 직업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무리해서 일하지는 않았으면 하죠. 늘 걱정이 되니까…." 미에현 시마시 시마마찌 고자마을의 아마조합 야마시타 마치요(68) 회장.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그날 채취한 해산물을 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해녀들의 음식이 따로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힘을 주는 음식은 있다"는 그에게 즐겨 먹는 음식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해산물 손질을 다 마친 야마시타 회장은 취재진에게 전복덮밥, 각재기(전갱이)·소라구이, 미소국(된장국) 등을 내놓았다. 어판장으로 어획물을 옮긴 후 도구와 물옷을 빨아서 소금기를 씻어낸 아마들은 아마고야에서 자식들의 이야기와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낸다고 했다.

전복장.

전복덮밥은 물질을 마치고 힘을 내기 위해 즐겨 먹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은 '제철메뉴'로 바뀐다. "계절마다 주요 수확물이 다르기에 메뉴가 늘 달라지죠. 해초가 많이 나는 봄에는 해초요리를 주로 해먹고 여름과 가을에는 전복, 오분자기, 소라가 많이 잡혀 이를 이용한 음식을 즐겨 먹곤 합니다.” 메뉴는 늘 달라지지만 그날 채취한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시마시의 아마들은 물질이 '보여지는 것'보다는 '생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화려한 상차림'은 없지만 '신선함'과 '정성'이 가득 담겨있다. 일본의 아마들은 자연의 혜택에 감사하며 수산자원보호에 힘써오고 있다.



▶전복·파래 튀겨 올린 전복덮밥 '향긋'=그가 내놓은 전복덮밥은 전복튀김과 파래튀김이 올라간다. 파래의 경우 말린 파래를 물에 불려서 사용하는데 봄에 파래를 채취해 말렸다가 1년 내내 보관하며 먹는다. 전복튀김은 튀긴 후 종이로 꼭꼭 눌러 기름을 짜내 느끼함을 줄이고 있다.

전복덮밥.

야마시타 회장은 취재진에게 일본의 발효음식 '가즈스케'를 선보였다. 일본어로 '담근다'는 뜻을 가진 '스케'는 해산물을 오래 보관해 먹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의 젓갈과 같은 발효음식이지만 조리법이 다르다. 젓갈이 소금에 절인다면 이것은 술을 만들면서 남은 찌꺼기에 전복, 소라 등을 담그는 발효음식이다. 그는 "다양한 해산물로 가즈스케를 담글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전복 가즈스케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며 "전복 전체를 잘게 썰어 술 찌꺼기 사이사이에 담그는데 이때 내장도 함께 넣으면 맛이 배가 된다"고 전해줬다. 고자마을 아마들은 가즈스케를 밥과 함께 먹기도 하지만 물질 후 아마고야(불턱)에 둘러앉아 간식으로 함께 나눠 먹기도 한다. 그 맛은 '독특하면서도 건강한 맛'이었다.



▶아마가 된 제주해녀의 밥상=취재진이 방문한 시마시는 일본에서 아마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한 곳이다.

우미냉콩국.

고자마을을 포함해 총 14개 마을에서 아마들이 조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자마을에는 제주해녀에서 일본아마가 된 '미짱'이 산다. 19년째 고자마을에서 아마들과 물질을 하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출신 제주 출향 해녀 김미진(55)씨다. 김씨는 미에현에서 젊은 해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한 연수생 모집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서 물질을 시작했다. 당시 외국인이 연수생으로 오기 위해서는 보증인이 필요했는데 야마시타 회장님이 연수인 보증을 서줘서 그녀는 지금까지 이 마을에 정착할 수 있었다.

야마시타 아마회장과 취재팀이 전복덮밥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씨는 먼 길을 온 취재진에게 정성 가득한 한 끼 밥상을 손수 준비해줬다. 전복구이, 오분자기 장조림, 우뭇가사리냉콩국 등이 한 상 가득 나왔다. 요즘 제주에서 귀한 오분자기로 담근 장조림은 물, 술, 미림(일본 맛술), 간장, 설탕을 넣고 조린 후 냉동했다가 1년 내내 먹는 고자마을 아마들의 또 다른 간식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조리해두면 오랜 시간 보관이 가능하다면서 밥반찬보다 간이 세지 않아 간식으로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우미냉콩국'은 얼음이 담긴 걸쭉한 콩국물에 묵과 같은 탱글탱글한 반고체 상태가 된 우미(우뭇가사리를 삶아 응고시킨 것)를 썰어 넣으면 완성이다. 그는 "일본에서 우미를 굳힐때 단팥을 깔아서 디저트로 먹기도 하고 커피·유자·딸기 등을 넣고 끓여 곤약젤리처럼 만들어 먹기도 한다"며 그런데 제주에서 콩국물에 넣어서 자주 먹어서 나는 냉콩국으로 즐겨 먹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지키고 있는 '제주의 맛'인 셈이다.

김미진 해녀가 물질을 하고 있다.



전복장과 성게를 듬뿍 올린 비빔밥.

숨을 참고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 힘든 작업을 할 때는 바다에 삶을 맡긴 강인한 여성이지만 뭍으로 나와 아마고야(불턱)에 둘러앉은 일본의 아마들은 가족을 위해 어떤 음식을 만들까 고민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탈한 누군가의 어머니였으며 또 누군가의 딸이었다. 그날 잡아 온 해산물에 단순한 조리법이 더해져 차려진 밥상. 일본 아마의 밥상도 겉으로 보기에는 퍽 소박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나눔의 정신이 듬뿍 담겨 있다.

일본 아마고야에서 구워낸 전복구이.



물질을 마치고 나온 해녀와 해남들.



김미진 해녀가 전복을 손질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일본 미에현 고자항=이현숙·손정경 기자, 사진=김희동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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