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의 편집국 25시]'우리의 일'로 만드는 힘

[송은범의 편집국 25시]'우리의 일'로 만드는 힘
  • 입력 : 2017. 11.09(목)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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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이도2동 4층짜리 건물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던 고모(33)씨는 지난해 2월 부푼 꿈을 안고 사진관을 오픈했지만, 1년 반 만에 쫓겨나듯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이야기의 발단은 지난 6월 건물주가 LG유플러스 제주지역 서비스업체인 A주식회사로 바뀌면서 시작됐다. A주식회사 관계자가 사진관으로 찾아와 "건물주가 변경됐으니 임대차계약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고씨는 계약서상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는 이 관계자의 설명에 의심 없이 임대차계약서를 새로 작성했지만 바로 다음 날 기존 보증금 1000만원·1년 임대료 2000만원이던 것을 보증금 4000만원·1년 임대료 400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서류를 받아야 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포기 의사를 전달했지만, A주식회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부 원상복구 등의 명목으로 그나마 있던 보증금 1000만원도 400여만원만 돌려줬다.

"고씨의 사례는 우리가 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함께 싸웠을 텐데 아쉽습니다."

해당 건물에는 아직 3명의 임차인이 남아 있다. 이들 역시 A주식회사로부터 터무니없는 명목으로 관리비를 청구받고, 미납하면 연 182.5%의 이자로 연체료를 부과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임차인은 "몇 년 동안 같은 건물에서 장사했지만,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고씨처럼 혼자 싸웠으면 힘겨웠겠지만, 이제는 서로가 처한 상황을 알기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기에는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당함에 맞서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것이 타인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도 언제든지 부당함 앞에 놓일 수 있고, 사람들의 응원을 통해 맞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은범 행정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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