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예이츠 시선 번역 김용성 시인

[저자와 함께]예이츠 시선 번역 김용성 시인
"강의실용 번역시 말고 읽히는 시로"
  • 입력 : 2017. 11.16(목)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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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 김용성 시인은 영시를 번역 투 표현이 없는 우리말 시로 옮겨놓은 작품이 널리 읽히며 우리 시가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소월 '진달래꽃' 영향 미친
예이츠 명시 39편 우리말 옮겨

"시 번역은 또다른 시쓰기 작업"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된/ 까맣고 푸르고 희미한 옷감/ 금빛과 은빛으로 수를 놓은/ 하늘의 옷감이 내게 있다면/ 그대 발아래 깔아 드리리라/ 가진 거라곤 그저 꿈이어도/ 그대 발아래 펼쳐 놓으리니/ 사뿐히 꿈마저 밟고 가주오'

윌리엄 예이츠(1865~1939)의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을 우리말로 옮겨놓은 시다. 찬찬히 읽다보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다. 김소월의 스승인 김억은 자신의 번역시집에서 예이츠의 이 시를 '꿈'이란 제목으로 소개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김억의 이 번역시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서울에서 초등교사로 재직중인 제주출신 김용성 시인이 예이츠와 김억, 김소월로 이어지는 인연이 흐르는 번역 시선집 '첫사랑'을 내놓았다. 김억이 '꿈'으로 옮겼던 예이츠의 시는 이번 시선집에서 '하늘의 옷감이 있다면'이란 이름을 달고 실렸다.

성균관대 번역대학원(석사)을 졸업한 그는 지난 2월 '한국시로 다시 쓰는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출간하며 영시 번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이 두번째 번역 작업이다. 꼬박 8개월이 걸렸다는 예이츠 시선 역시 우리말 시로 자연스럽게 읽히는 시, 번역 투 표현이 없는 우리말 시로 옮기기 위해 공을 들였다.

19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국민 시인으로 불린다. 엘리엇, 에즈라 파운드와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시선집에는 'First Love'(첫 사랑), 'Down By The Salley Gardens'(수양버들 공원을 거닐다) 등 예이츠의 명시 39편이 담겼다. 김 시인은 시편마다 직접 쓴 시 해설과 에세이를 덧붙여 예이츠 시를 새롭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번역시집은 영문학과 수업을 위한 영시의 보조자료 성격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일반독자들은 번역시를 읽으면 어딘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면이 많았습니다. 자연스레 번역시 읽기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꺼리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번역가이기에 앞서 시인인 그는 시 번역은 시로 출발해 시로 끝나야 한다고 했다. 시 번역은 또 다른 시 쓰기이자 우리말 시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그는 이번에 예이츠의 시가 우리 정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그래서일까. 예이츠 시편에 나타난 저 먼 아일랜드의 정서가 우리의 그것과 꽤 닮아보인다.

"김억의 번역시가 김소월의 '진달래꽃' 탄생에 영향을 준 것처럼 이번 번역시가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고 우리말 시를 더욱 살찌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랩.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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