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두 하늘 이야기' 문무병 소장

[저자와 함께]'두 하늘 이야기' 문무병 소장
"제주 굿 알아야 제주신화 온전히 해석"
  • 입력 : 2017. 11.2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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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은 '두 하늘 이야기'를 통해 "제주 신화는 제주 큰굿의 대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두번째 제주 신화 이야기
굿 제차 풍부한 의미 담겨

"제주신화는 큰굿의 대본"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힌다. 그렇다면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은 지하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주 사람이 죽어서 가는 시왕은 하늘에 있다. 이처럼 지하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는 제주인의 저승관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제주인의 우주에 대한 상상력, 천상계에 세운 죽음의 세계, 인간이 죽어서 가는 저승인 열시왕이 하늘에 있다는 저승관은 제주 신화 '차사 본풀이'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의 '두 하늘 이야기'중 한 대목이다. 이 책은 "제주도는 왜 하늘이 둘인가"란 물음에서 출발해 제주 굿에서 그 답을 찾는다. "제주 신화는 제주 큰굿의 대본"이라는 그는 제주 굿을 토대로 제주 신화에 담긴 풍부한 스토리를 엮어냈다.

'차사본풀이'로 돌아가보자. 저승왕 염라대왕을 이승에 잡아올 만큼 영리하고 똑똑한 차사 강림이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저승왕 염라대왕과 이승왕 김치 원님은 차사 강림이를 서로 부하로 삼으려 했다. 김치 원님은 형체가 있는 강림이의 몸을, 염라대왕은 형체가 없는 강림이의 영혼을 가져갔다. 사람이 죽으면 지하에 묻힌 육신은 썩어 없어지고 영혼은 하늘에 올라가게 된 연유다.

굿청은 임시로 마련한 신전의 무대 장치이면서 우주를 축소한 모형도다. 마당에 큰 대를 세우고 마루에 네 당클을 매면 신전집은 모양을 갖춘다. 하늘과 땅의 모든 신들을 네 당클에 모시고 나면 제주 신화 열두 본풀이의 세계는 그 안에서 완성된다.

그는 인간이 신들을 찬양하며 하늘 두 궁전의 문을 여는 과정이 큰굿의 제차에 드러난다고 했다. 초감제는 하늘의 신들을 땅의 굿청에 모셔들이는 청신의례다. 하늘과 땅, 해와 달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인간의 세계, 나라와 마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말해준다. 하늘에 내려온 신들과 땅의 신들을 모두 모아 굿판으로 재차 모셔오는 초신맞이도 있다. 아직도 오지 못한 신들은 초상계로 또한번 청해 들인다.

"신화는 굿을 전제로 한다"는 문 소장은 "굿을 모르는 사람들의 제주 신화 해석은 한계가 있다"며 "굿을 안다는 것은 우리의 역사, 삶의 내력, 문화를 아는 일"이라고 했다.

'문무병의 제주 신화 이야기 2'라는 부제가 달린 책으로 문 소장은 책머리에서 '죽어서 신이 된 사람' 정공철 심방을 생각하며 이 글을 썼다고 했다. 앞서 펴낸 '제주 신화 이야기 1'인 '설문대할망 손가락'도 이번에 같은 출판사에서 새단장을 하고 나왔다. 내년 봄에 출간된다는 세번째 제주 신화 이야기는 이승과 저승 중간쯤에 있다는 거친 들판 '미여지벵뒤'를 풀어내며 마무리될 예정이다. 알렙.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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