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의 한라칼럼] 구름에 쌓인 해돋이에 거는 소망

[이재근의 한라칼럼] 구름에 쌓인 해돋이에 거는 소망
  • 입력 : 2018. 01.02(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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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밝았다. 해돋이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근처의 오름에 지인들과 함께 오른다. 일 년에 한 번 동쪽 하늘에서 해 돋는 모습을 보겠다는 희망과 기대를 안고 어둠 속의 오름을 오른다. 새로운 희망과 스스로에 대한 변화를 꿈꾸며 수평선을 박차고 오르는 둥그런 태양을 꿈꾸며 걷는다.

기대와 달리 예정된 시간이 되어도 해를 볼 일이 없다. 짙은 어둠을 지워버리고 어느새 밝은 기운이 역력하다. 정작 오늘의 주인공이 될 태양은 어디에도 없고 두꺼운 구름띠만 붉은 기운을 내보인다. 마치 종이 조각에 불이 붙어 타 들어가듯 구름이 물들어 간다.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지나서야 태양이 구름 밖으로 나왔다. 내가 원하는 일출은 이게 아니다. 붉고 둥그런 태양이 수평선을 차고 오르기를 원했다. 올해의 해돋이는 실패에 가깝다. 오름 등정을 마치고 동쪽의 마을에서 제공하는 떡국으로 다행히 허기를 달랜다. 배고픔으로 오전을 보내리라는 생각과 달리 오히려 행운이 찾아들었다.

희망과 소원을 빌며 맞이하기로 한 아침시간을 지내고 나니 욕심과 매너리즘이 가득 차 있음을 느낀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일 년에 한 번 내가 해맞이를 하러 갔으니 맑은 하늘에 동그랗고 멋진 태양을 보여주는 것이 정상인가. 아니면 구름 잔뜩 낀 하늘로 인해 겨우 태양을 들춰볼 수 있는 아쉬운 하늘이 정상인가. 나야 일 년에 한 번이지만 해는 매일 새롭게 떠오른다. 단지 내가 오랜만에 해돋이를 봐야 하기에 모든 상황을 내가 원하는 대로 기대하고 그렇지 않은 오늘의 해돋이가 실패라고 여기는 것은 어쩐지 억지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히려 아쉬움이 비정상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아침 떡국의 행운을 통해 먹는 것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동안의 식생활은 그러고 보면 생존과는 다소 거리가 먼 순간들이다. 배고픈 상황을 늘 못마땅해하며 식사를 하고 배가 고플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간식을 먹고 커피 등으로 위를 채운다. 내 배가 허기진 상태로 있는 순간이 하루 중에 별로 없게 된다. 어느덧 배가 고픈 상태는 비정상 상황으로 여겨 늘 먹을 것을 갈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식탐의 연속인 셈이다.

생명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사람이 먹어야 하는 시기가 하루 종일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중 포만감이 넘치는 시간이 그다지 오랫동안 필요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 위는 공복의 상태였던 것이 정상이었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음식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길 필요는 없다. 근데 상황이 바뀌어 늘 무언가를 먹지 않거나 배가 부르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이 되었다. 넘쳐나는 것을 당연시 하며 절제할 줄 모르는 소비가 보편화되어 있다. 소비가 미덕이었던 성장시대의 덕목이 여전히 생활 곳곳에 배어있다.

새해를 맞이하며 자그마한 것부터 생각을 깰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소망으로 공복의 상태가 정상인 생활의 태도를 가져야겠다. 넘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부족함이 없으면 됐지 끝없이 넘치는 상태를 유지하려다 보니 욕심을 내게 되고 무리하게 된다.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들떠보지 않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다.

맑은 하늘의 해돋이를 볼 수 없는 것이 정상이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공복이 정상이라는 사실을 계속 생각하기로 했다. 소망이라는 이름으로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구름에 가려진 해돋이를 본 게 잘됐다. 빛이 비치는 멋진 구름을 온전히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올해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두려운 일이 아니어도 될 것 같다. 바라지 않으면 되니 말이다.

<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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