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핫플레이스] (16)선운정사

[제주 핫플레이스] (16)선운정사
어둠 밝히는 불빛, 마음 밝히는 연꽃
  • 입력 : 2018. 01.18(목) 20:00
  •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선운정사는 해가 떨어지는 오후 7시쯤부터 경내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수백 개의 LED 연꽃등과 탑, 전각 등을 밝히는 조명이 대웅전에서 들려오는 차분한 경전과 잘 어우러져 야경 명소로도 유명하다. 강경민 기자

은은하게 경내 밝히는 조명들… 야경 명소
연꽃등으로 만든 미로같은 길 ‘법성도’ 눈길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마을 안 돌담길에 간간이 놓여진 이정표를 따라가다보면 화려한 단청의 법당이 보인다. 1998년 대웅전을 완공한 선운정사다. 선운정사엔 불자들이 기도를 드리는 대웅전을 비롯해 앞으로 큰법당이 될 대적광전,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백두산과 한라산 흙이 합장된 산신각, 설법을 전하는 응향전 등 많은 법당이 있다.

이외에도 2011년 제주도 문화재자료 제11호로 지정된 석조약사여래좌상이 모셔진 약사전과 사업성공을 위해 기도하는 곳인 다옴신전, 나무기둥과 유리로 지은 현대적인 전각으로 아픈 몸을 위해 기도하는 도담각, 황금범종이 자리한 종각 등이 있다. 설문대할망 소원돌, 오백장군전각 등 제주의 설화 관련된 시설을 볼 수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유명한 것은 바로 야경이다. 절터를 은은하게 수놓는 불빛을 무료로 즐길 수 있어 인기다. 해가 떨어지는 7시쯤부터 경내에 불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수백 개의 LED 연꽃등과 탑, 전각 등을 밝히는 조명이 경내를 채우는 차분한 경전소리와 어우러진다. 경내를 밝히는 등들은 하절기(4~10월)엔 해가 진 직후부터 오후 10시까지, 동절기(11~3월) 땐 오후 11시까지 하얗게 붉게 푸르게 빛난다.

선운정사가 절터를 빛으로 수놓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빛마루축제 때부터다. 당시 경내를 가득채웠던 1500여개의 연꽃등은 제주의 바람에 빛을 바래 현재 수백개 정도로 줄었다. 불교를 상징하는 부처님의 꽃인 연꽃은 대웅전과 응향전, 종각 사이 공터에서 하늘의 별처럼 점점이 빛을 낸다. 혼탁하고 더러운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이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연꽃은 더러운 세상에 물들지 않고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워내는 그 속성 때문에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불교에서는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번뇌와 고통과 더러움으로 뒤덮여 있는 사바세계에서도 고결하고 청정함을 잃지 않는 불·보살을 의미한다.

선운정사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연꽃등으로 만들어진 법성도다. 세살 남짓한 아이가 아장아장 부모와 함께 걷고 홀로 온 여행객이 조용히 명상에 잠기기도 하는 길이자, 기념 사진을 가장 많이 남기는 포토스팟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점은 방문객들이 분홍색, 파란색, 흰색, 노란색의 연꽃등으로 짜여진 네모나게 사각진 길에서 연신 길을 잃고 만다는 점이다.

작은 미로같은 법성도는 '화엄일승법계도'를 연꽃등으로 구현해 놓은 곳이다. 화엄일승법계도는 신라 고승 의상의 화엄사상 요지를 210자의 게송(불교적 교리를 담은 한시의 한 형태)으로 압축해 놓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불교의식이 진행될 때 법계도를 그리고 법성게(의상대사가 지은 시)를 소리내어 외우면서 의식을 집행한다고 한다. 법성도는 내년 5월1일 초파일에 맞춰 새롭게 변신할 예정인데 제주 돌담이 세워지고 그 위에 연꽃등이 수놓아질 계획이다. 또 바닥에는 210자의 한문이 새겨진다.

법성도 외에도 법당 처마와 7층 석탑을 밝히는 조명, 담벼락에 새겨진 하트모양의 불빛, 대적광전 뒤편 다옴신전과 도담각 인근에 조성된 LED 연꽃밭 등도 경내를 밝게 수놓는다. 특히 뒤편에 조성된 연꽃밭은 법성도처럼 연꽃등 수가 많진 않지만 불빛이 더 밝고 선명하다.

지율(현호) 선운정사 주지스님은 "밤이면 사람의 발길이 끊기는 절터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밤에 즐길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다 경내에 연꽃등을 밝히게 됐다"면서 "연꽃등이 비추는 법성도를 따라 걸으며 부처를 믿는 사람뿐만 아니라 종교가 없는 사람,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마음의 안정을 찾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82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