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3 지방선거 제주 10대 어젠다] (9)일자리

[선택 6·13 지방선거 제주 10대 어젠다] (9)일자리
제주도민 노동시간 최장·임금은 최저
경제성장율·인구 증가 등 양적지표는 1위
장시간 노동·낮은 임금 등 질적지표는 꼴찌
  • 입력 : 2018. 03.21(수) 17:4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지난해 현장실습 중 숨진 고(故) 이민호군 사건으로 드러난 제주의 열악한 일자리 환경은 전 국민을 분노케 했다. 제주지역 비정규직 중 44.5%가 장시간 노동·낮은 임금에 시달린다는 통계와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하는 제주도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 같은 일련의 사건들도 노동후진 제주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국 최고의 경제성장율과 기록적인 인구 증가, 고용노동시장의 고용율과 청년고용율 등의 통계만 보면 제주의 양적 고용지표는 전국 1위 수준이다. 그러나 임금총액과 비정규직 비율 등 질적 고용지표는 전국 최저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 근로자의 1인당 임금(월)은 264만9000원으로 전국(평균 352만1000원)에서 가장 낮은 반면 1인당 근로시간(월)은 전국 평균(173.2시간)보다 4.1시간 많은 177.3시간이다. 비정규직 비율(2017년 11월 기준)은 41.6%(10만90000명)로 전국(평균 32.8%) 최하위(16위)이며, 고용보험 가입율(2017년 4월 기준)도 65.9%로 전국 15위에 머물고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와 청년 실업률도 심각한 상황이다. 2015년 도민(19~64세)인식실태 조사 결과 취업 희망업종은 보건업과 사회복지 서비스업(17.8%)이 가장 높았지만 채용계획업종은 숙박과 음식점업(17.4%)이 가장 높았다. 청년(19~34세) 산업별 일자리 미스매치 실태를 보면 취업자 종사업종은 ▷도매 및 소매(17.6%) ▷숙박 및 음식점(15.7%)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11.7%)였지만 비취업자 희망업종은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20.5%)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19.2%) ▷교육서비스(10.9%)였다. 고용시장으로 본격 진입하는 25~29세 청년인구가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청년 실업률(15~29세)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의 열악한 일자리 환경은 소규모 영세기업이 대부분인 산업구조에서 비롯된다. 2016년 말 기준 제주지역 전체 사업체 5만7821개 중 10인 미만 사업체는 5만3517개로 92.5%를 차지한다. 제조업 등이 타 시도에 비해 열악하고, 대부분의 기업체가 관광·서비스업 중심의 영세업체로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1·2차 산업 비중이 감소하고 3차 산업으로 산업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소비→생산→고용→소득' 간 선순한 경로가 취약한 것이다. 저임금 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영세 관광·서비스업체 중심의 현 산업구조로는 비정규직과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일자리 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공공 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 중 65%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올해는 2단계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기관 실태조사를 마쳐 상반기에 많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도 지난해 말 전국 지자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전환심의위원회를 열어 비정규직 근로자 548명을 공무직으로 전환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공공 부문 비정규직과 노동계는 제주도가 당사자와 노동계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전환심의를 추진해 많은 비정규직을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사실상 대량 해고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또한 제주도는 체불임금 지급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한라산국립공원후생복지회 소속 비정규직(한라산 탐방로 매점 직원)들의 요구와 파업에 집단 해고(매점 폐쇄)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노동계는 제주도가 길게는 10여년간 근무한 비정규직들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최저임금 인상분을 적용해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도 지자체 소속 비정규직과 처지가 비슷하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정규직전환심의위원 2차 회의에서 10개 강사 직종 787명 모두에 대해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학교에선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단축한 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없애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밖에 비취업 여성 중 약 40%에 달하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늘고 있는 중장년 구직자들의 재취업, 취업 취약계층인 노인·장애인 등의 일자리 확보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83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