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몰카범죄 346건 검거
음란사이트·SNS 유포 우려
여름철 몰카범죄 불안감 ↑
재판부 따라 판결 천차만별
지난달 국내 음원차트를 휩쓸었던 가수 A씨가 2년 전 서울 강남의 한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돼 처벌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줬다. 최근에는 서울 한 사립대에서 30대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등 불법촬영, 이른바 '몰카'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불법촬영물이 음란사이트·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인터넷 공간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여성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제주지역도 열외는 아니다. 제주도의 몰카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회 김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최근 5년간 카메라 등 이용촬영에 따른 성범죄 발생 및 검거현황'에 따르면 2012년 2400건이었던 몰카범죄는 2015년에는 3배 이상 증가한 7623건이었으며 지난해에는 다소 감소해 5185건이었지만 2012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제주도는 2012년 12건에서, 2013년 85건, 2014년 32건, 2015년 125건, 2016년 92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8일에는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치마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한 60대 남성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으로 현장에서 검거되기도 했다.
또한 몰카에 사용되는 장비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공공화장실, 시내버스, 계단 등 일상생활 곳곳에 몰카 범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4월 한 유명 소셜커머스(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는 몰카 범죄에 악용될 여지가 큰 위장형 카메라 시계를 판매했다. 언뜻보면 평범한 손목시계의 모습이지만 작은 카메라가 숨겨져 있어 동영상 촬영 및 녹음을 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에도 안경 몰카, 스마트폰 배터리형 몰카, USB형 몰카를 판매했다가 판매를 중지했던 곳이여서 더욱 논란이 됐다.
더욱이 일찍 찾아온 더위에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몰카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26·여)씨는 "몰카 사건을 뉴스로 많이 접하게 되면서 공공장소에 가게 되면 주위를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면서 "날씨가 더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옷을 얇게 입곤 하는 데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있으면 불안하고 신경쓰게 된다"고 토로했다.
불법촬영·유포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자 경찰은 지난 1일부터 오는 8월 24일까지 전국적으로 불법촬영물 등 유통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불법촬영 적발 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몰카 범죄의 처벌 요건의 기준이 모호해 재판부에 따라 판결이 천차만별로 갈리는 상황이다. 디지털 시대에 갈수록 교묘해지는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과 명확한 처벌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