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의 한라칼럼] 무엇이 기업을 제주로 이끌까

[이재근의 한라칼럼] 무엇이 기업을 제주로 이끌까
  • 입력 : 2018. 07.13(금)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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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천변의 코지왓(옛 황지식당)과 케왓(옛 유성식품) 건물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끝났다. 1년이 넘게 걸렸다. 주제는 음식. 음식을 통해 사람을 모으고 상호 교류하는 장소로 삼자는 의도에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만들기' 사업. 이제 그 공간에서 음식을 주제로 한 웹툰작가의 그림과 사업 대상지인 옛 건물의 오래된 기억을 담아 전시하는 '탐미생활'과 '원심력'전이라는 전시회가 진행중이다.

사전공감 프로그램 이름으로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함께 만들고 이를 서로 나누는 행사도 진행했다. 놀랍게도 각 행사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사전예약이 종료되는 쉽지 않은 현상을 목도했다. 이후 제주도의 농산물 생산자와 푸드트럭 운영자, 청년 마케터가 함께 모여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공공레시피 개발 워크숍과 이를 시식하는 푸드포트 페스티벌 행사도 열렸다. 꽤나 좋은 반응이다. 일 진행에서 하드웨어 외에 콘텐츠와 관련된 업체들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사업의 진행을 기록하는 아카이빙, 음식 레시피 개발을 도와주는 음식 컨설팅, 음식 시식행사의 진행, 행사에 대한 전국적인 홍보, 공연 진행, 안전, 전시회 기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들의 업무를 진행하는 협력으로 일이 순조로워진다.

'공행공' 프로젝트를 마칠 즈음 협력 업체들과 그동안의 소회를 나누면서 뜻밖의 사실들을 털어놓는다. 음식 컨설팅 및 레시피 개발 업체가 제주도 사업을 준비중이라고 알려왔다. 제주에 퍼져있는 다양한 식재료와 레시피의 시장성을 봤기 때문이란다. 다른 업체는 제주의 다양한 콘텐츠를 연결시키는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서 내려와 법인을 새로 구성키로 했다. 사업 진행을 기록하던 업체는 제주의 다양한 아카이빙 사업 가능성 때문에 제주에 사업체를 별도로 만들겠다고 알려왔다.

프로젝트를 끝내는 시점이 됐는데 협력업체 세 군데가 제주이전을 고민단계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제주 이주는 제주에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일자리가 있거나 사업의 기회가 있을 때 더 큰 힘을 받는다. 귀농처럼 농촌지역으로 이주하거나 퇴직 후 이주가 아니라면 개인적 목표 이외에 직업은 매우 예민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제주에는 매력적인 직장이 부재하다거나 쓸만한 인재가 부족하다는 상호 부정적 시각이 교차해왔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제주로 이전하겠다는 기업들은 제주 콘텐츠의 가능성을 이야기 한다. 제주에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기업인들 스스로 느끼고 찾아내는 작업이 얼마나 제주에서 큰 동력이 될 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제주의 가능성이 기존의 지역의 장점보다 크기 때문에 제주로 내려온다는 결정에 주목해야 한다. 제주의 콘텐츠로 더 큰 시장을 노크하는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공간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는 건물의 준공과 함께 비로소 시작이다. 그 공간이 진정 커뮤니티의 공간이 되기 위한 노력들이 기록만큼이나 켜켜히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큰 숫자는 아니지만 함께 일을 하며 제주이전을 결심했다면 앞으로 제주에 양질의 사업이나 전문적 일자리의 가능성은 높다 할 것이다. 많은 업체나 개인들이 제주의 가능성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제주이전이나 제주에서의 취업을 망설이고 있다는 생각이다.

제주의 장벽이 아직 높은 게 사실이지만 자발적으로 내려와 제주의 자원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행동반경이 궁금해진다. 더불어 그들이 만들어내는 제주의 일자리도. 제주에서 그들은 어떤 가능성을 구현해 나갈까 새삼 기대된다.

<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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