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제주도 시인선 출판 기념회. 책을 들고 있는 이가 오무라 마스오 교수, 오른쪽은 부인인 오무라 아키코.
윤동주 묘지 발굴한 日 학자
제주 단편소설과 시 소개도제주 인연 담은 사진 등 실어
전후 일본에서 한국문학 연구를 개시한 1세대 학자인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 와세다대 명예교수. 그는 1985년 중국 연변에서 윤동주 시인의 묘를 처음 발견하고 사적(事跡)을 발굴 조사해온 이다. 일본의 연구자가 한국의 민족시인 윤동주의 묘지를 찾아낸 일을 두고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그는 윤동주 시의 원전(육필원고)과 지금 출판되고 있는 자료의 차이를 확인하고 고증하는 일을 이어왔다.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시공간의 의미, 역사의 의미를 알려면 육필원고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1970년 한국을 처음 방문하면서 "내 조국이라 부를 수 없지만 사랑하는 대지"라고 했다는 오무라 마스오 교수의 또 다른 관심사는 제주문학이었다. "가장 어려운 한때를 살아가는 사람이 태어난 문학을 연구해보자는 생각"이 그를 제주로 이끌었다. 그는 제주를 "전형적인 비극"의 섬으로 봤다. 조선시대에는 유배지였고 일제강점기에는 거대한 군사 요새나 다름 없었다. 그리곤 제주4·3을 겪었다. 그는 이같은 비극을 주제로 쓴 작가들을 찾아서 이야기를 듣고 제주문학을 연구했다.
1996년 일본에서 출판된 '탐라이야기-제주도문학선', 2009년 펴낸 제주도 시인선 '바람과 돌과 유채화'는 그 결과물이다. '탐라이야기'는 현기영 오성찬 현길언 오경훈 고시홍 정순희 한림화 이석범 고원정 등 9명 작가들의 단편을 1편씩 고른 작품집이었다. '바람과 돌과 유채화'엔 제주 시인 19명의 작품이 담겼다.
'오무라 마스오 문학 앨범'은 지난 시절의 사진을 통해 제주문학 등과 맺은 그의 문학 여정을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윤동주와 한국 근대문학'으로 출발한 소명출판의 여섯권 짜리 오무라 마스오 저작집의 마지막을 채우는 자료다.
앨범은 저작집의 주요 대상인 윤동주 편, 김용제 편, 김학철 편, 임종국 편, 오무라 마스오 편으로 짜여졌다. 윤동주 시인의 묘지 발굴 과정과 장소, 지난 60여년 연구 과정 속에서 교류해온 한국문학계의 학자와 문인 등의 사진이 실렸다. 인터뷰에선 오랜 기간 남과 북 모두를 포함한 '조선' 문학과 '조선'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오무라 마스오의 고백이 배어난다.
이 중에는 제주지역 문인들과 함께 한 사진이 들어있다. 제주도 시인선 출판기념회, 소설가 오성찬과 동행했던 알뜨르비행장, 제주대에서 열렸던 식민주의와 문학 포럼, 재일 김시종 시인과 김길호 소설가와의 만남 장면 등을 담은 사진이 소개됐다. 4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