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제주시 신산공원에서 열린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는 지난해보다 힘겹게 치러졌다. 작년에는 장소 섭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올해는 타 지방에서 동성애를 혐오하는 종교·시민단체들이 대거 제주에 몰리면서 반대의 규모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같은달 8일 폭력사태로 인해 무산된 바 있는 인천퀴어문화축제를 자신들이 '저지'시킨 것이라고 소개한 뒤 행사장 앞을 봉쇄해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동성애를 묵인하는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 등의 주장을 펼쳤고, 이후에는 100여명이 1시간 가량 기도문을 외우는 진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축제의 마무리인 퍼레이드가 진행됐지만, 그 과정에서도 행사 트럭 밑으로 들어가 행진을 방해하는가 하면, 7~8명의 무리들이 아예 도로에 드러눕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트럭 밑으로 자진(?)해서 들어간 것을 두고 "의도적으로 깔아 뭉갰다", "크게 다쳐 의식이 없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이 뉴스는 일부 인터넷 언론에 의해 '가해 운전자 도주… 깔린 시민 방치하고 10분간 음악과 춤"이라는 기사로 확대 재생산 됐다.
최근 한겨레신문에서 보도한 가짜뉴스 관련 기획은 모든 이에게 충격을 안겼다. 극우 기독교 단체가 성소수자와 난민 혐오, 북한 안보 위기 강조 등 특정 정치세력을 폄훼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생산·살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고통의 원인이 '사회적 소수자' 때문이라고 선동해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한국 사회의 극우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주는 최근 난민을 비롯한 성소수자, 불법체류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논란을 겪고 있다. 행여 제주가 가짜뉴스를 생산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송은범 행정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