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사라봉서 해 넘기고 성산에서 해 맞이…

[휴플러스] 사라봉서 해 넘기고 성산에서 해 맞이…
  • 입력 : 2018. 12.27(목) 2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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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에서 본 일출. 강희만 기자 photo@ihalla.com

영주십경 중 제1·2경 차지한 해돋이와 해넘이
30~1일 성산일출축제·1일 펭귄수영대회 열려
한라산 성판악·관음사 코스 야간산행도 허용


제주에 살거나 제주를 거쳐간 옛사람들 중엔 제주 풍경에 반해 시를 짓거나 그림을 그린 이들이 있었다. 그 시와 그림이 영주십경 또는 영주십경도라는 제목의 여러 버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조선후기 제주의 문인 이한우가 선정한 영주십경은 지금까지도 손꼽히는 명승지에 해당한다. 이 영주십경 중 제1경이 성산의 해돋이, 제2경이 사라봉의 저녁 노을이다. 제주의 해돋이와 해넘이는 제주 풍경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말이다.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성산일출봉 정상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 성산출일과 사봉낙조

제주관광공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2019년 1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관광 10선'을 발표했다. 10선 중 1선이 바로 '제주성산일출축제와 서귀포펭귄수영대회'다. 성산일출봉은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일출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 12월 30일부터 해를 넘겨 1월 1일까지 3일간 제주성산일출축제가 진행된다. 제주관광공사는 축제를 추천하면서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새벽 바다의 파도에 해묵은 감정과 기억을 실려 보내고, 성산일출봉 위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에 가슴 속 소망을 빌어보자"고 제안했다.

사실 이한우가 '영주십경'을 선정하고, 제1경 성산을 노래한 시의 제목은 성산일출이 아니라 성산출일이다. 고문헌 번역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백종진 제주문화원 사무국장은 이를 시의 '대구'라고 설명한다. 1경 성산출일(出日)과 2경 사봉낙조(落照)가 '성산의 뜨는 해'에서 '사라봉의 지는 해'로 시구의 가락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일출이라고 하면 이미 해가 떠서 완료됐다는 의미이지만 출일은 수평선 위로 떠오르기 이전, 막 떠올랐을 때 바다에 비친 해와 함께 2개의 해로 보여서 '쌍룡'이라 불리는 장면, 떠오른 이후의 일출까지의 과정을 모두 표현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2019년 새해 해돋이를 감상할 땐 일출이 아니라 출일을 연상하면 많이 달라보일 듯하다.

내년 1월 1일 오전 10시부터 서귀포시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는 '서귀포 겨울바다 국제펭귄수영대회'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 19회째를 맞은 서귀포 겨울바다수영은 참가하면 "365일 내내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건강한 한해를 보낸다"는 전설과 세계적인 희귀보호종 왕바다거북이 산란을 위해 찾는 '새생명 잉태의 북방한계선'이라는 사실이 섞인 스토리텔링을 내세워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새해 다짐 영상을 타입캡술에 담아 훗날 보내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강과 소망을 기원하는 펭귄엽서를 적어 보내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2010년을 전후해 '녹색숲을 품안에, 파란꿈을 후세에 결혼·출산 기념식수 행사'가 진행돼 더욱 풍성해진 제주시 사라봉의 해넘이 풍경도 놓칠 수 없다. 탄소흡수원이 많다는 느티나무와 동백나무, 담팔수, 종가시 나무 등이 가득한 숲길을 산책한 뒤 정상에 올라 바다로 떨어지는 노을은 언제 봐도 강렬하다. 눈덮인 한라산과 불을 밝힌 지 100년이 넘은 산지등대도 사라봉의 볼거리다.

백록담 일출

# 한라산

일출을 보기 위해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야 하느냐고 묻는 이도 있지만 한라산 해돋이도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백록담은 각 경찰관서별로 교통 담당 부서 직원들이 새해 해돋이에 맞춰 올라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을 만큼 한동안 제주경찰에게 영험하다고 소문난 곳이기도 했다. 교통부서에 오래 몸담은 한 경찰은 "사망사고를 줄여달라고 기원하는 행사여서 종교와 무관하게 모든 직원이 참여하고, 며칠 전부터는 배우자와의 잠자리를 멀리하고 음주도 삼가할 만큼 정성을 다하곤 했다"고 알려줬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새해 첫 해돋이를 한라산에서 맞으려는 탐방객들을 위해 2019년 1월 1일 0시부터 야간산행을 특별 허용한다. 야간산행이 가능한 코스는 정상을 등반할 수 있는 성판악과 관음사 탐방로이다. 이를 위해 한라산관리소는 탐방객들의 안전과 악천후에도 탐방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유도 로프와 깃발 등을 설치했다. 2018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오후 6시부터 진달래밭과 삼각봉대피소, 동릉 정상에 탐방객 안전사고 및 응급 상황발생 시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공원 직원 38명과 119대원 2명 외에 제주 산악안전 대원 15명도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다만 27일 밤을 기해 제주 산간에 대설예비특보가 발효됐기 때문에 새해 한라산 등반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한라산관리소 관계자는 "해돋이 당일, 눈이 올 경우를 대비해 아이젠과 스틱을 반드시 휴대하고 방한장비와 비상식량 등을 준비해야 한다"며 "야간 안전산행은 개별행동을 자제하고, 가급적 2인1조로 그룹을 지어 탐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한라산관리소는 성판악과 관음사 탐방로 이외의 탐방로에서는 기존 입산시간(오전 6시) 이전에 입산하려는 탐방객을 강력 단속할 방침이다. 해돋이 당일 대설경보가 발령되면 전면통제, 대설주의보 발령 때는 부분 통제해 탐방객 안전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표성준기자

매년 1월 1일이면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한라산 백록담(사진 위)과 성산일출봉 정상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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