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역린은 누가 건드렸나

[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역린은 누가 건드렸나
  • 입력 : 2019. 02.21(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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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불법 점용해 보행·교통에 많은 지장을 줘 이를 방치하면 공익을 해한다"

올해 1월 제주도청 앞에 설치된 제2공항 반대 천막을 강제 철거할 때 도정은 이런 이유를 들었다. 도로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누군가는 공무원과 시민이 매일 오가는 도청 앞에 불법 천막이 버젓이 설치돼 있는데도 도정이 이를 묵인하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도정이 내세운 명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어딘가 마뜩지 않은 구석이 있다. 수년 째 도청 주변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지금껏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 도청 주변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강제 견인하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왜 유독 도청 앞 제2공항 반대 천막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을까.

원희룡 제주지사는 틈 날때마다 제2공항 갈등 해결을 위해 소통을 강화겠다고 말했었다. 갈등 관리 능력을 한껏 발휘해 제2공항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그런데 연초부터 원 지사의 갈등 관리 능력에 오점을 남길 제2공항 반대 천막이 그것도, 지사가 빤히 바라보는 도청 앞에 들어섰으니 마음이 편치 안했을 터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천막이 강제 철거된 근본적 이유가 원 지사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천막에서 단식 농성을 하던 김경배씨는 천막이 철거당하기 직전까지 원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원하던 면담은 천막이 강제 철거된 이후에야 이뤄졌고, 지금 도청 앞엔 제2공항 반대 천막이 더 늘어났다. 왜 반발은 확산되고 있는가. 오히려 당시의 행정대집행이 우리 말을 들어달라는 그들 마음 속 역린을 건드린 탓은 아닐까. <이상민 경제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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