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12)아홉굿 의자마을 낙천리

[2019 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12)아홉굿 의자마을 낙천리
부지런한 도전으로 아홉가지 즐거움 배가시켜
  • 입력 : 2019. 09.03(화)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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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바람 드문 중산간에 위치
물·토질 좋아 농산물도 고품질
의자 1000개 갖춘 공원 유명세
다양한 마을 운영 프로그램 등
제주 최초 휴양체험마을 선정




한경면의 중산간 마을을 찾아가는 길이다. 섬 전체가 온통 개발의 바람으로 끊임없이 건물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저지마을을 지나면서 조차도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에 놀라게 된다.

아홉굿 마을 낙천리.

그런데 한경면 깊숙이 들어서니 그칠 것 같지 않던 건설 붐도 조금은 주춤해진다. 듬성듬성 여백도 보이고 마을의 위치가 궁금해질 즈음에야 다음 마을이 보인다. 이런 곳이라면 진정 우리가 상상하는 중산간 마을의 풍경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에 은근 설레게 된다.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42㎞지점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 낙천리. 서쪽에 있는 샘이라는 뜻의 셋세미로 불리다가 물이 좋다는 의미의 낙천리(樂泉里)가 됐다. 마을의 역사는 166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장간을 하는 여산 송씨가 주물 만들기에 적합한 좋은 흙과 물을 찾아 이곳에 정착하며 시작됐다. 이후 풀무에 사용할 점토를 파낸 곳에 물이 고여 웅덩이가 생기는데 지금도 9개의 연못에는 물이 마르지 않아 샘을 이뤄 농업용수 등으로 쓰이고 있다.

천 개의 의자가 있는 의자공원.

낙천리는 주변의 오름들로 둘러싸인 분지형 마을이다. 동쪽에는 저지악, 서쪽에는 당산봉, 남쪽에는 조수악, 북쪽에는 판포악이 있다. 마을에는 130세대 290여명이 산다. 이중 91세대가 농업에 종사한다. 땅의 토질이 좋아 농산물의 품질이 좋다. 더욱이 1993년부터 시설채소 재배를 위한 하우스를 설치해 오이, 토마토 등을 재배했고 2010년부터는 파프리카, 비트, 콜라비 등의 특용작물 재배에도 힘쓰고 있다. 이런 발 빠른 움직임 덕분에 농가들은 대체로 윤택한 편이다.

낙천리의 또 다른 별칭은 아홉굿 마을이다. 아홉 개의 샘물이 있다는 의미와 함께 마을을 찾은 사람들에게 아홉 가지(nine)의 좋은(good) 것을 주는 즐거운 마을이라는 뜻도 함께 갖고 있다. 즉 이 마을에서는 최소한 아홉 가지를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돼지들이 와서 물을 마시며 만들어졌다는 저갈물.

우선 1000개의 의자로 구성된 의자공원이 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조성된 곳으로 휴식을 상징하는 의자조형물 1000개를 만들어 닉네임을 붙이는 이벤트를 전국적으로 진행해 제주 1%의 인지도에 머물던 마을이 전국적 유명세를 타는 계기가 됐다.

이 의자공원에는 3000여평의 미니 곶자왈이 있다. 300여년 전 설촌 이전부터 있던 숲으로 과거에는 시인묵객들이 찾던 곳이라 한다. 이후 해방 무렵에는 학생들의 야외교실로도 활용됐다. 작지만 다양한 식생과 숨골 등이 잘 남아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농촌체험과 공연 등이 가능한 락센터 전경.

마을길 또한 예사롭지 않다. 설문대할망과 낙천리 마을 신화를 부조벽화로 조성해 이야기가 있는 마을길로 탈바꿈했다. 130년이 넘어 큰 그늘을 만들어내는 폭낭그늘에 앉아 찬찬히 신화이야기를 들여다봐도 좋을 듯하다.

마을중심에는 저갈물이 있다. 돼지와 짐승들이 물을 먹기 위해 찾아들며 만들어진 큰 웅덩이라는데 마을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연못이다. 이와 함께 새미왓물, 올빼미물, 새물 등 마을 내 9개의 연못을 찾아가는 연못기행도 숨은 보물찾기 같은 즐거움을 준다.

마을 중심의 팽나무와 신화 이야기를 담은 부조벽화.

또한 옛 방식의 돌담길인 잣길 일부 886m 구간이 복원돼 올레 13코스 구간으로 편입됐다. 수백 년 동안 마을과 용선달이를 이어주던 이 길 위에서 이야기를 건져봄직하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도 있다. 오이, 토마토, 파프리카 농장 등에 가서 설명을 듣고 농작물을 직접 따보거나 듬돌들기나 천연염색 등의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로컬푸드체험 시간에는 보리빵과 보리피자, 보리수제비, 보리버거 등을 직접 만들어 시식할 수 있다. 캠핑장과 전통초가민박 등이 있어 하룻밤 머물기에도 충분하다.

자그마한 마을임에도 부지런히 마을사업을 지속해온 덕분에 2010년 제주 최초의 농어촌체험휴양마을로 선정되고, 2011년에는 대한민국 농어촌마을대상에서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2015년에는 농촌관광 콘텐츠 11선에 선정됐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목공체험과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 등을 위한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끊임없는 도전이 마치 반딧불이처럼 중산간 마을 낙천리를 빛나게 한다. <여행작가>



[인터뷰] 조성식 이장


"농업·관광 함께 살리는 마을로"


낙천리는 예로부터 좋은 물과 토질을 갖고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찰기가 있는 진흙이라 물이 쉬이 빠지지 않아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덕분에 농산물이 잘되고 맛도 좋다. 시설재배를 오래 전부터 시작했고, 제주의 온화한 기후 덕분에 사시사철 농산물 재배가 가능하다. 저장했다가 먹는 농산물과는 맛과 신선도가 다른 고품질의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농산물 직거래 판매장을 계획 중이다. 관내 농산물 집하장을 조성하고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전국으로 직접 판매 배송하는 것이다. 겨울에도 밭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제주만의 장점과 우리지역에서 생산하는 특화농산물을 결합해 특성화해 나간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제주의 농업이 살아야 관광도 산다. 관광과 연계된 농촌 체험형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마을 특화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로컬푸드 체험 등은 반응이 좋다. 의자마을 내에 마련된 넓은 체험장과 주변의 즐길거리 그리고 숙박 등이 가능한 인프라가 조성된 덕분에 만족도가 높다. 최근엔 의자공방도 시작했다. 여기에 가구 제작 및 판매 등의 상품을 더 보강해 활성화시킬 예정이다.

그 외에도 올리브나무를 식재했는데 다행히 토양과 기후가 잘 맞아 재배에 성공했다. 앞으로 이 열매를 수확해 올리브유를 생산하고 피자 만들기 체험 등에도 사용할 것이다. 이처럼 마을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관청에서도 적극 행정에 힘써주었으면 한다. 워크숍 등의 기회를 만들어 체험 등에 직접 참여도 해보고 현장도 점검한다면 훨씬 현장감 있는 정책이 나올 것이라 본다. 또한 마을 특화사업을 위해 사업비를 투자하지만 일회성 지원에 그쳐버린다면 효과가 없다. 지속적인 운영과 관리가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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