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경계가 없는 미래의 신, 관음을 말하다

[책세상] 경계가 없는 미래의 신, 관음을 말하다
김신명숙의 ‘여성관음의 탄생’
  • 입력 : 2019. 11.29(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신은 여자인가, 남자인가? 신의 젠더 문제는 19세기 말부터 떠올랐다. 1895년 미국에서 나온 '여성의 성서'는 "하늘 아버지에게 뿐만 아니라 하늘 어머니에게도 기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보다 앞서 1893년 마틸다 조슬린 게이지가 펴낸 '여성, 교회와 국가'는 고대모권제 사회를 언급하며 여성적 신성을 다뤘다. 이는 20세기 후반 서구 페미니즘의 중요한 의제로 뜨거운 논쟁을 낳았다.

신이 여성이라는 점은 여성들에게 큰 의미와 힘을 주지만 다른 성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여신이 기존의 남신들을 비판하고 부정하면서 성만 바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여신을 찾아서'를 출간했던 김신명숙의 신간 '여성관음의 탄생'은 여신운동이 당면한 딜레마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으로 관음에 주목했다. '한국가부장제와 석굴암 십일면관음'이란 부제 아래 동아시아의 여성관음과 서구에서 등장한 여신관음, 한국의 관음신앙을 들여다봤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의 대표적 여성관음상인 석굴암 십일면관음과 '안락국태자경'을 살폈다. 석굴암 건축 당시 신라의 종교문화적, 정치적 상황을 젠더사적 관점에서 분석한 그는 본존불과 십일면관음이 원효와 요석공주를 모델로 조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삼국유사'에서 신라의 여신들이 관음으로 변신했듯 요석공주가 관음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여신들에겐 없는 관음의 독특한 속성으로 상황과 요구에 따라 천변만화할 수 있고 고정된 경계에 갇히지 않은 채 여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점을 들었다. 불교에서 젠더는 실체없이 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같은 '트랜스젠더 관음'이 미래를 열어가는 신으로서 가치를 지닌다고 글을 맺었다. 이프북스. 1만5000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70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