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하기 1 가르치는 게 뭐가 어렵냐"고 하지만 고상훈 교사는 초등 선생님의 처지가 평화롭게 강을 건너기 위해 쉬지 않고 페달질을 해야 하는 오리배를 닮았다고 했다.
“나도 당장 가르치겠구만…”
아이들 위한 열정은 모른 채무심코 던지는 말들에 상처
어느 교사가 말했다. "교사라는 직업이 한강에 떠 있는 오리배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가르친다는 게,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친다는 게 밖에서 볼 때는 참 평화롭고 쉬운 일처럼 비취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평화롭게 보이기 위해서 그 안에서 우리는 쉼 없이 페달을 밟아야 하죠."
청소년들의 희망 직업 상위권에 교사가 있다. 운동선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지만 초·중·고 아이들에게 교사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그 길에 들어선 새내기가 그 '직업의 세계'를 가감없이 풀어낸 책이 나왔다. 제목부터 비장하다. '신규교사 생존기'. 살아남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서 고상훈 교사는 살아남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보낸 지난 3년의 치열했던 삶과 고민을 털어놨다.
"1 더하기 1 가르치는 게 뭐가 어렵냐? 나도 지금 당장 가르치겠구만." "초등학교 선생님이면 편한 거지. 애들 영화 보여주고 축구하면 되는 거 아냐?" 그는 초등교사가 된 이래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가까운 친구들마저 자신의 '힘든 페달질'을 사소하게 여기는 일이 속상했다.
'신규교사 생존기'는 오리배가 안전하게 강을 건너기 위해 얼마나 무수한 페달질이 이루어지는지 보여주는 경험담으로 짜였다. '아는 길도 돌아가고 쉬운 것도 실수하는 신규 교사'지만 아이들을 위한 마음 하나로 용기와 패기가 넘쳤던 시절이 그곳에 있다.
아이들보다 먼저 태어나 삶을 가르치는 이들이 선생(先生)님인 만큼 그들보다 앞서 살아오면서 얻은 실패의 소중함을 나누려 열었던 교실자치,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진행한 인권 프로젝트, 아이들의 다독증후군을 고쳐주려 시도한 새로운 독서교육 등 신규 교사의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화가 펼쳐진다. 처음 담임교사가 되면서 '아이들을 편견없이 생각하기'를 좌우명으로 삼은 사연도 나온다. 하지만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한 자신이 실망스러웠고 그럴 땐 상처를 받았을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직은 선생님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지만, 나중에라도 선생님한테 서운하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이야기해 줘. 기다리고 있을게." 한그루. 1만35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