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시전집 낸 윤석산 시인

[저자와 함께] 시전집 낸 윤석산 시인
"고쳐 쓰고 덧붙여 문학인생 정리"
  • 입력 : 2020. 03.27(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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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산 시인이 후두암 등 병마를 이기며 지난 문학인생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리했다.

1977년 이래 시집 네 권
제주도가 안겨준 행복 등

시작노트와 자서전 추가

1985년 겨울, 시인은 제주도로 향한다. 그 시절을 두고 그는 '하느님이 뒤늦게 공부하고 헤매는 제가 안쓰러우셨는지 지상의 낙원 제주도'로 보냈다고 회고했다. 시인은 제주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연작시 '제주 서정민요 초(抄)'를 쓴다. 너무 아름답고 슬픈 땅이라 밤마다 제주 역사와 문화, 방언을 공부하고 주말엔 섬 전역을 돌며 시상이 떠오르는 대로 적어나갔다.

연작시의 하나인 '멀구슬 타령'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제주도엘랑 오지 맙주게. 오더라도 오월엘랑 오지 맙주게. 오더라도 멀구슬 근철랑 가지 맙주게. 꿈처럼 흔들리는 고운 그 꽃은 당신의 입술보다 더 고와서 그 님은 당신을 잊을 꺼우다.' 신혼여행 온 이들을 시샘하듯 그려낸 시편에 행복한 제주살이의 표정이 읽힌다.

제주대 교수로 정년퇴임한 윤석산 시인이다. 계간문예 '다층'을 창간하는 등 문학연구와 창작에 열정을 바쳐온 그는 정부보다 4년 먼저 디지털 한국문학도서관을 구축하다 스트레스 때문에 뇌수막종과 후두암을 얻었고 성대 절제 수술로 목소리를 잃었다. 절망의 상황에도 그는 문학을 내려놓지 않았다. 얼마 전 지난 문학인생을 정리한 시전집 1차 발간을 마무리했다. '아세아의 풀꽃'(1977), '벽 속의 산책'(1985), '말(言)의 오두막집에서'(1992), '나는 왜 비속에 날뛰는 저 바다를 언제나 바다라고만 부르는 걸까'(1994) 네 권을 나란히 냈다.

2019년도 제주 원로 예술인 지원 사업 기금을 받아 진행된 이번 작업은 여느 전집들과 차이를 보인다. 편집과 디자인을 바꿔 종전 작품을 그대로 엮는 대신에 본래 의도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예전 시집 일부를 고쳤다. 거기에 연도별 자서전과 시작 노트를 덧붙였다. "문학과 인생은 '거기 어디 있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깨닫고 이를 독자들과 나누려는 뜻이다.

2차로 묶이는 나머지 4권은 여름에 출간된다. 30년 동안 열심히 써왔지만 자신의 시작(詩作) 방향이 바른 것인지 모르겠다는 시인은 머잖아 나올 전집도 꼭 만나달라고 당부했다. 시와실천. 각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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