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 해저 쓰레기장 전락한 제주항 (중)

[한라포커스] 해저 쓰레기장 전락한 제주항 (중)
바닷속 들어가보니… 각종 쓰레기 범벅
  • 입력 : 2020. 06.25(목) 00:00
  • 고대로 이태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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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져있는 폐타이어.

폐타이어·폐취수관·페인트통·비닐류 등 수북
제주시 취수관 유입 수족관 오염물질 조사뿐

제주시 제주항 서부두 내항 바닷속 오염도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 해양탐사특별취재팀은 지난 12일 제주항 내항의 수중오염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스쿠버 장비를 이용해 수중탐사를 진행했다. 내항의 수질은 해상에서 보는 것 보다 심각했다.

서부두에 위치한 제주대학교 제주항검조소와 서부두 방파제 사이에는 인근 횟집의 수족관과 연결된 취수관 수십 개가 바다에 연결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수관 흡입구 주변에는 비닐류를 포함한 각종 부유물질들이 가득했다.

제주시수협 방파제 인근 수중에서는 폐취수관이 다량으로 목격됐다. 오래된 취수관을 교체한 뒤 바닷속에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횟집과 연결된 취수관 인근에는 폐타이어 및 페인트통 등 각종 쓰레기와 침전물들이 가득했다. 손으로 침전물을 긁으니 가라앉은 침전물은 순간 희뿌옇게 떠오르며 바닷속 시야를 가리기도 했다.

문제는 제주항 서부두 주변 약 20여 개의 횟집이 대부분 이처럼 제주항 내 오염된 바닷물을 끌어다 쓰고 있고, 도내 활어 수송차들도 제주항 내항의 오염된 바닷물을 취수하고 있는 점이다. 여과기를 통해 정화에 나선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모래를 이용한 정화장치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현장을 찾았을 당시 서부두 주변 횟집에는 바닷물을 정화하는 대형 여과기가 설치된 업소가 있는 반면 주변 장소가 협소해 미처 여과기를 설치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주변 업소 상인은 "이곳 횟집 대부분 서부두에 연결된 취수관을 이용해 바닷물을 끌어오고 있고 여과기를 통해 끌어온 바닷물을 정화하고 있다"며 "수십 년 전부터 서부두 내 바닷속에 취수관을 연결해 바닷물을 끌어온 뒤 수족관 등에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문제는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항 밖까지 (취수관을) 연결하는 것은 큰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바닥을 긁자 침전물이 뿌옇게 피어 오르는 모습.

제주특별자치도는 2008년 5월 발표한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의 면제대상' 고시를 통해 음식점이 공유수면으로부터 물을 끌어들이거나 내보내는 행위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횟집 등 업소들은 바다에 취수관을 이용해 바닷물을 끌어다 사용할 수 있다.

제주시 위생부서는 매년 해안 인근에 있는 횟집 등을 대상으로 수족관 내 비브리오균 오염 여부를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화시설이나 취수원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취수관을 통해 끌어온 바닷물의 오염물질에 대한 조사만 이뤄지고 있다.

시는 지난해 서부두 인근 횟집 업소 15곳을 대상으로 비브리오균 오염 여부 검사를 진행했다. 1차 검사 결과 15곳 중 3곳에서 장염비브리오균이 발견됐지만, 2차 검사에서는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매년 수족관 물이 기준규격에 적합한지 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횟집마다 여과기 설치를 당부하고 있다"며 "올해에도 제주시 해안가 지역에 소재한 횟집을 대상으로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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