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생존 욕구가 키워온 엉터리 만병통치약

[책세상] 생존 욕구가 키워온 엉터리 만병통치약
리디아 강 등 ‘돌팔이 의학의 역사’
  • 입력 : 2020. 09.0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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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은 수은이 들어간 두통약을 복용했다. 햇볕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는데도 구릿빛 피부를 지녔던 다윈은 비소 중독을 의심받았다. 히틀러는 맹독 스트리키닌으로 만든 강장제를 수년간 먹었다. 에디슨은 코카인이 들어간 와인을 즐겨 마시며 실험을 했다.

환자가 왜 아픈지 알지 못하고 원인을 안다고 해도 치료법이 없었던 시절에 의사들이 기댈 곳은 온갖 식물이나 기원이 불분명한 민간요법이었다. 보채는 아이에게 아편을 먹이거나, 건강한 외모를 위해 비소를 쓰고, 성욕 증가를 위해 스티리키닌을 먹는 것처럼 말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과정을 마친 리디아 강과 역사학자인 네이트 페더슨이 공저한 '돌팔이 의학의 역사'는 엉터리 만병통치약이 걸어온 길을 담았다. 환자를 치료하려는 선의도 있었지만 과학에 대한 무지몽매함으로 더 나쁜 치료 결과를 불러온 인류 의학사의 악(惡)의 측면을 살폈다.

인간의 절망을 이용하는 만병통치약들은 수은·비소·라듐과 같은 원소들, 식물과 토양, 소름끼치는 벌레들, 심지어 시체들에서 처방을 가져왔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 진흙을 먹었던 오스만제국 사람부터 검투사의 피를 핥아 먹는 고대 로마의 간질 환자까지 그릇된 요법의 배경에는 인간의 생존 욕구가 존재한다. 더 오래 살려는 욕망으로 끓는 기름에 고통을 당하고, 거머리를 몸에 집어넣는 실험적 요법까지 견뎌냈다.

미국에서는 1906년 순수 식품 의약품법이 생기면서 안전하지 않은 성분이나 불순물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학이 발전된 오늘날도 돌팔이들은 영원한 젊음, 완벽한 미모를 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건강관리와 화장품 산업에 손을 뻗고 있다. 엉터리 약들은 효과를 확신하며 떠도는 일화나 이름난 의사들을 들먹인다. 모든 것을 치유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최악의 방식이 될 수 있다. 부희령 옮김. 더봄.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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