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주愛 빠지다] (5)호근동 이성호·김영란 부부

[2020 제주愛 빠지다] (5)호근동 이성호·김영란 부부
“제주 아름다움에 반해 감귤농사 시작”
  • 입력 : 2020. 10.26(월)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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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호근동에서 유기농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이성호·김영란 부부.

제주 이주 15년차 농장 운영
친환경 유기농법 감귤 재배
수년간 노력 귀농인 멘토로


"처음 제주에 왔을 때 봤던 샛노란 감귤밭이 마치 꽃밭처럼 보였어요. 감귤나무와 야생화가 가득한 제주의 풍경에 반했죠."

제주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한그루씩 귤나무를 심기 시작했다는 김영란씨가 꽃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귀포시 호근동에서 감귤을 키우며 '세자매네 반디농장'이라는 블로그 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호·김영란씨 부부. 그들은 벌써 제주 이주 15년차 도민이다.

처음부터 농사를 짓기 위한 '귀농' 목적으로 제주로 온 건 아니었다. 남편이 직장에서 제주로 발령받아 제주에 왔다가 선뜻 귤밭을 사들였다. 이후 2005년부터 감귤 농사를 시작했고 2007년 남편이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한 후 감귤 농사를 전업으로 삼았다.

처음 해보는 농사일은 쉽지 않았다.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수확량은 많지 않았고, 판로도 걱정이었다. 그러다 평소 꽃에 대한 이야기와 감상 등을 적어 인터넷 상에서 공유하며 블로거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블로그 마케팅을 고안해냈다. 지금은 흔한 방식이지만 2007년 당시 판매자의 얼굴과 상품을 눈으로 보지 않고 물건을 사고 파는 '비대면' 방식은 생소한 방식이었다. 그만큼 소비자들과의 유대와 신뢰가 중요했다.

그래서 김씨 부부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맛있는 귤'만 판매한다는 원칙을 15년째 지켜내고 있다. 김씨 부부는 특정 농법을 쓰지 않고, 나무에서 가장 맛있게 익은 상태인 '완숙과'만 선별해 따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완숙과만 골라 따려면 고르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겨우내 따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3~4배 더 들여야 한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줄다리기를 하는 일은 다반사다.

화학 농약·화학 비료를 쓸 수 없는 유기농·친환경도 고집하고 있다. 유기농 귤은 수확량이 일반 귤에 비해 절반 이하인데다 수확량 예측도 어려워 더 고된 노동을 동반한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점차 유명해지면서 귤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회원들이 생기자 귤을 구매하는 회원들의 이름을 나무에 새기도록 하는 '나무 분양제'를 고안해내기도 했다.

그렇게 수년간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 2012년부터는 친환경 유기농법을 전수하는 귀농인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2013·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장, 2017년 신규농업인 현장실습교육 멘토 멘티 공로상 등을 받기도 했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의 워너비이신 것 같다"라는 기자의 말에 김씨는 "처음부터 그저 '낭만'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그 말을 들을 수 있기까지 15년 동안 온 열정과 노력을 다했다"고 답했다. 그는 "육체적인 노동도 많았고, 항상 잘되는 것이 아니라 날씨에 따른 기복과 굴곡이 있는 일이다 보니 항상 노심초사 해야 했고, 이런 부분을 스스로 극복해내기 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간 쏟아낸 열정과 노력, 그리고 일궈낸 것들에 대한 보답으로 좋아하는 꽃과 함께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며 웃었다.

강다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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