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오키나와 그리고 한반도 작가들이 함께 만나는 전시가 열린다. 중진 작가 8인이 회화와 사진을 선보이는 '꽃땅별하늘'(금산갤러리·2020년10월28일~11월14일)이다.
이들은 그동안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교류해왔다. 8인의 작가들이 한 전시에 모인 것은 한반도와 제주도 그리고 오키나와를 잇는 예술적 공감의 자리이며,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연대하는 평화예술의 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터전을 바탕으로 사유하고 작업하며, 때로 그 너머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연대한다. 특히 오키나와 작가들은 작년과 올해 초에 걸쳐 지리산 실상사의 레지던스 프로그램 기간에 제작한 작품들을 발표, 출품하면서 적극적인 외연 확장에 나선다.
한반도 작가들은 미시와 거시, 풍경과 우주 등의 키워드로 생명평화 이야기를 풀어낸다. 청와대와 경복궁, 북한산과 백두산을 담은 박영균의 풍경은 정치라는 비가시적 영역을 풍경에 담았다.
설악산과 북한산 등에 이어 지리산을 담은 임채욱 사진은 카메라로 그려낸 수묵화다. 과학적 관점과 우주적 사유를 융합한 전인경의 코로나 연작은 전대미문의 전염병을 둘러싼 인간사회의 인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팥을 소재로 팥 속에 담긴 일상과 생명의 소중함을 담아온 정정엽은 여성주의 관점으로 생태와 평화 의제를 일깨운다. 채색화로 풍경을 다루는 화가 조풍류는 자연과 도시 속에서 삶의 진리를 찾는 풍류정신을 담았다.
제주도와 오키나와 작가들은 풍경에 담긴 정치성을 더욱 깊은 서정성으로 풀어낸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모래밭에 이는 바람의 떨림을 포착해낸 제주도 작가 양동규의 작업은 제주도의 정치성을 넘어 정신성을 내뿜는다.
오키나와 작가 이시가키 카츠코의 연작 '기지가 있는 풍경'은 헤노코기지건설 현장의 푸른 바다를 담았는데,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은 전쟁폭력의 어두운 그림자로 인해 짙은 슬픔을 담고 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펜스를 그려온 요나하 타이치는 식민화한 자신의 정체성을 탐문한다. 이시가키 카츠코는 제주도와 한반도를 오가며 체득한 새로운 감성으로 오키나와 너머 동아시아와 우주를 품는 신작들을 발표했다.
섬과 반도의 예술가들이 펼치는 생명과 평화의 예술적 연대는 동아시아를 넘어 전 지구와 우주적 관점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것은 서울이나 지리산, 제주, 오키나와의 풍경 속에 담긴 역사와 현실의 문제로 나타나기도 하고, 식물이나 세포에서 천문우주에 이르는 자연의 관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전시명 '꽃땅별하늘'은 생명과 우주의 뜻을 새겨보고자 하는 이 전시 주제를 상징하는 말이다. 땅의 꽃과 하늘의 별이 함께 혼돈과 조화 속에서 공존하는 예술을 압축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지구와 우주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시공간의 축선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생명과 우주의 사유가 여기에 담겨있다.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