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정리·수면과다' 극단선택 '경고신호'

'주변 정리·수면과다' 극단선택 '경고신호'
사망 3개월 전부터 증후 뚜렷…가족 인지 비율은 22.5% 그쳐
스트레스 요인 청년 대인·직장 문제, 중장년 경제·건강 문제
자살사망자 유족도 '자살 위험군'…10명 중 6명 중증 우울장애
  • 입력 : 2020. 11.27(금) 14:09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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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사망자 10명 중 9명꼴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죽음에 대해 언급하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등 뚜렷한 경고 징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최근 5년(2015∼2019년)간 자살사망자 566명의 유족 6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리 부검 면담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심리 부검은 유족의 진술이나 관련 기록을 통해 자살 사망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어떤 심리나 행동의 변화를 보였는지를 살펴보고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 방식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나 경찰 등을 통해 심리 부검 의뢰가 접수됐거나, 유족이 직접 면담 신청을 한 경우 조사 대상자로 선정됐다.

◇ 극단선택 3개월 전부터 '경고신호' 뚜렷…연령별로 양상 달라

자살자 566명 중 529명(93.5%)은 사망 전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언어·행동·정서적 경고신호를 주변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공통적으로는 죄책감이나 무기력감 등의 감정 변화,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수면 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수면 패턴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에 따라 경고신호의 양상은 조금씩 달랐다.

34세 이하에서는 외모 관리에 무관심해졌으며, 35∼49세에서는 주변에 용서를 구하며 인간관계 개선에 나서거나 반대로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는 대인기피 양상이 나타났다.

50∼64세의 경우 갑자기 식사량이 줄거나 많아지면서 급격한 체중 변화가 나타났고 65세 이상은 평소에 소중하게 여기던 물건을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등의 행동을 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경고 신호는 대부분 사망 3개월 이내, 사망 시점에 가까워졌을 때 더 잦은 빈도로 관찰됐다.

특히 자살 사망자 10명 중 9명(91.2%)은 사망 3개월 전에 주변을 정리했으며, 사망 1주일 전에 이러한 경고 신호를 보낸 경우도 절반 가까이(47.8%) 됐다.

다만 이러한 경고 신호를 주변에서 인지한 경우는 119명(2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자 35.2%는 사망 전 이미 1차례 이상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비율은 여성(45.6%)이 남성(30.2%)보다 크게 높았다.

◇ 2030 대인·직장 문제, 4050 경제적 어려움, 6070 건강 문제

연령대별로 자살 위험을 높이는 스트레스 요인도 달랐다.

20대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 친밀한 대인관계에서의 갈등이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졌고, 30대에서는 구직이나 취직 후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에 경제적 어려움, 대인관계 문제가 가중돼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40대에서는 성별에 따라 남성은 사업 실패 등으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인관계, 직업 문제가 연쇄적으로 일어났고, 여성은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해 정서적 공백을 겪으면서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갱년기와 맞물린 여성의 우울장애가 가족 간 갈등이나 경제적 어려움과 겹쳐지면서 악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60대는 가족, 직업, 경제, 건강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70대 이상에서는 신체 질환으로 인한 고통이나 외로움이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유족도 '자살 위험군'…10명 중 6명, 중증도 이상 우울 호소

자살 사망자뿐만 아니라 이들의 유족도 자살 위험군으로 드러났다.

자살로 사망한 이들의 가족 중 부모나 형제·자매, 자녀 등이 자살을 시도했거나, 실제 목숨을 끊은 경우는 45.8%로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또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사망자의 가족 비율도 68.2%에 달했다.

가족이 자살로 사망한 후 중증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보이는 유족도 62.2%에 이르렀으며, 유족 71.2%는 자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유족을 향한 비난을 우려해 자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답했다.

염민섭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까지 이르는 길목을 차단할 수 있도록 촘촘한 자살 예방대책을 추진할 것"이며 "갑작스러운 사별로 어려움을 겪는 자살 유족을 돕기 위한 지원 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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