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주愛 빠지다] (19)마임이스트 이경식씨

[2020 제주愛 빠지다] (19)마임이스트 이경식씨
“치유의 마임으로 제주에 다가서겠다”
  • 입력 : 2020. 12.08(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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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국립제주박물관에서 만난 마임이스트 이경식씨가 잠시 마스크를 벗고 무언의 몸짓인 마임으로 '사랑합니다'를 표현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4·3 다룬 영화 ‘지슬’ 출연
대구에서 활동하다 제주행
제주 본풀이 등 소재 창작
지난해엔 활동 20주년 맞아
‘평화인권마임축제’ 꿈꿔


그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날들을 풀어놓는 동안 제주시 아라동 시절의 간드락 소극장과 테러제이의 거리예술제가 소환됐고, 60주년 4·3문화예술축전의 풍경이 흘러나왔다. 2014년 제주에 둥지를 튼 마임이스트 이경식씨다.

"거리예술제 '머리에 꽃을' 문화유목민 프로그램으로 제주 곳곳을 다녔어요. 그 길에 4·3순례길도 있었죠. 조수리, 가시리, 대평리, 가파도에 갔었고 동광 큰넓궤를 찾았던 기억도 납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4·3에 대한 증언도 들었습니다."

테러제이를 이끌었던 오멸 감독이 4·3을 그린 장편독립영화 '지슬'을 만들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연기자로 참여했다. 처음엔 단역인 줄 알았는데 역할이 커졌다. 서북청년단의 고 중사 역을 맡아 2013년 개봉한 이 영화에 얼굴을 내밀었다.

대구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가 부친상을 당한 뒤 제주행을 결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테러제이 거리예술제, 4·3문화예술축전 거리굿에 출연하며 오갔던 제주는 그에게 새로운 자극을 줬다. 라이브 반주를 더해 '비눗방울과 제주어의 만남'을 함께 공연했던 뚜럼브라더스 박순동 등 여러 만남이 그를 제주로 이끌었다.

그가 보유한 레퍼토리는 15편에 이른다. 작품마다 따뜻한 움직임을 통해 인생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그의 작업 의도가 담겨있다. '몽(夢)'은 세상의 작은 빛이 악몽을 물리친다는 줄거리를 지녔다. '안녕 안녕 안녕'은 갖은 사연의 신발을 통해 세월호를 품었다. 비눗방울에 영혼을 빗대 희생자를 해원하는 '안녕 안녕' 버전도 있다. 무구의 탄생에 얽힌 제주 무속 본풀이에서 소재를 따온 마임극 '젯부기 삼형제'도 공동 창작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며 수어를 배웠고 그것이 마임까지 이어졌다는 그는 제주에서 '평화인권마임축제'를 꿈꾼다. 박순동씨가 꾸린 '제주애'와 그가 대표이자 단원인 '마임극단 동심' 주최로 이달 12일 4·3평화교육센터에서 제주평화인권창작가요제가 첫발을 떼어놓는 만큼 평화인권마임축제도 그리 먼 일은 아닐 거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올해 들어 무대에 선 횟수가 10회 남짓이고 제주에선 세 차례에 그쳤다. 감염병이 드리운 한파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그이지만 "제주도민들이 고맙다"고 했다. 공연이 끝난 뒤 즐거워하며 잘 봤다고 박수를 쳐주는 모습에서 그들의 진심을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예술인들이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라고 했다.

지난해 제주에서 예술활동 20주년을 기념하며 지역 예술인들과 마임콘서트를 가진 그는 '치유의 마임'으로 도민들에게 다가서려 한다. "연습한 만큼, 생각한 만큼 표현되는 게 마임입니다. 제주에는 말 못할 상황이 참 많았는데, 마임을 통해 상처를 씻고, 비워내고, 놓아주는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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