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 (6)사상 첫 온라인교육

[2020결산] (6)사상 첫 온라인교육
코로나시대 원격수업 능사인가
  • 입력 : 2020. 12.23(수)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교육격차·수업 질 문제 대두
교육현장 "사회성 교육 한계"
제주에 맞는 차별화 전략 필요


코로나19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권리를 빼앗아 버렸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서로 몸을 부대끼며 터득하고 배우는, 교과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에 대한 습득의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원격수업'이라는 임시방편이 시행되고 있지만, 교과 과정을 따라가는 '교습'의 역할만 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교육당국은 '미래교육'이 앞당겨진 것이라고 섣불리 진단하며, 대대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관련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이 장악하고 있는 '온라인 영역'에서 과연 공교육이 낄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가 바꾼 공교육=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끊이지 않으면서 교육부는 지난 4월 9일 고3·중3을 시작으로 '온라인 개학'을 시행했다.

갑작스런 원격수업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현장에서는 아이 대신 부모가 수업을 듣는다며 '학부모 개학'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겨났고, 대면수업에 익숙한 아이들은 학습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여기에 맞벌이나 조손·한부모 가정 등 학습 지도가 어려운 경우와 한국어를 몰라 수업을 들을 수 없는 다문화가정 학생에게는 온라인 개학이 오히려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 격차'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교육청은 다른 시·도와 마찬가지로 원격수업을 위한 스마트기기 보급에 열을 올렸고, 녹화된 영상을 틀어주는 방식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쌍방향 수업'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연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지난해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는, 학원에서나 할 법한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도내 한 고등학교 교사는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라는 이름으로 교육의 대안을 원격수업으로 단정 짓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라며 "공교육의 역할은 아이들의 학업성적 향상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사회성 등을 갖춰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교육이 입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사교육에 그 자리를 내어줘도 된다"고 단언했다.

▶해외사례=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대표인 마크 주커버그가 거액을 투자해 화제가 된 '알트스쿨'이라는 사업이 있었다. 미래교육의 첨병이라고 일컬어진 이 사업은 첨단 IT기술을 기반으로 원격 개인맞춤형 교육, 자기주도학습 등을 표방하는 학교였다. 쉽게 말하면 아이들이 정해진 교실 없이 원하는 곳에서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학습에 필요한 영상 컨텐츠 등을 시청하는 것이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알트스쿨은 현재 9개 학교 중 5개교가 폐교되고, 4개교는 다른 교육기관에 인수되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알트스쿨에서 3년간 근무했던 한 교사는 EBS 다큐프라임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아이들은 영상을 보며 무언가를 배워나가긴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교실의 문화와 학습환경, 사람으로서 선생님이 교실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이 미래교육이라고 호언하던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실감케하는 사례다.

▶제주의 특수성=이석문 교육감은 지난달 10일 내년도 도교육청 예산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제1과제를 평가 혁신으로 보고 있다"며 "수능 출제 경향에 맞춘 한 개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평가와 수업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를 맞은 제주교육의 현실은 '대학 입시'에서 점수를 높게 받는 '상품(학생)'만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보인다. 교육감이 강조하던 '한 개의 질문에 백 개의 생각을 존중하는 교육'을 별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도교육청은 항상 '지침'을 중요시 한다. 코로나19 대응이든, 원격수업 방안이든 교육부의 지침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말 뿐이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도내 학교는 도교육감의 지정을 받아 자체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안전하고 실효성 있는 교육과정이 마련된다면 교육부의 지침과 상관없이 제주에서 만큼은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 어떤 교육과정이 해법으로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다른 시·도보다 제주가 코로나19 시대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19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