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에는 3378명의 인구가 순유입됐다. 2014~2017년 4년 연속 1만명 넘는 인구가 순유입됐던 데 견주면 순유입인구의 증가폭 축소가 뚜렷하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해서 인구가 순유입됐지만 그 이전 10년(2000~2009년)동안 인구가 순유입된 해는 2002년(234명)이 유일했을만큼 인구의 탈제주 현상이 뚜렷했던 경험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삶의 질 악화 등 제반여건 변화에 따라 청년층을 중심으로 탈제주 현상은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이어서다.
제주 순유입인구 증가폭 둔화세와 함께 위기감을 부르는 건 20대 청년층의 순유출이다. 2017년만 해도 979명이 순유입됐던 20대 인구는 2018년 145명이 순유출된 후 2019년 1029명, 2020년에는 1178명으로 3년 연속해서 순유출 규모가 확대됐다.
20대의 인구 순유출과 함께 지난해 제주지역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6.8%로 관련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 고용률도 지난해 41.6%로 2013년(41.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2000년 이후 도내 20대 취업자 수를 보면 2000년 5만4000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2010년엔 3만5000명까지 줄어들었다. 2011년 3만7000명으로 증가세로 전환돼 2018년 4만8000명까지 늘었지만 2019년 4만5000명, 2020년에 4만2000명으로 줄어드는 등 최근의 청년 관련 지표들이 심상치 않아 우려를 키운다.
청년이 떠나고, 호감도가 떨어지는 제주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제주는 물론 인구절벽에 직면한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 정책에 공들이는 이유일 것이다. 서울시가 2015년 1월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한 후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달아 관련 조례를 만들었고, 제주도 2016년 '제주도 청년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청년정책으로 주목받는 전북 완주군은 전국 군 단위 최초로 2016년 사회적경제과에 청년정책팀을 신설하고, 같은 해 12월 청년기본조례 제정과 청년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청년 완주 JUMP 프로젝트' 추진과 올 1월에는 13개 읍면을 대표하는 청년이장단 선정 등 청년의 삶 전반에 걸친 통합정책을 추진하며 청년과 함께 성장하는 지역을 군정의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제주 역시 청년 취업·창업 관련 인재 육성을 위한 제주더큰내일센터가 2019년 개소하는 등 청년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20대의 탈제주를 막으려면 일자리 정책에 국한되지 않고 청년의 능력개발 교육에서부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사업 발굴, 지역사회와의 소통 창구 마련 등 주거·생활·문화 등 다방면에서 청년이 머물며 꿈꿀 수 있는 청년친화정책이 확대돼야 한다. 특히 20대에서 확장해 30대까지의 젊은 연령대를 고려하면 결혼 후 주거비 경감대책을 빼놓을 수 없다. 임금은 전국 최저수준에 고정돼 있는데, 201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상승한 주거비 부담은 인생2막의 꿈을 안고 제주로 이주한 이들을 떠나게 하고 있다. 제주 이주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자연스럽게 또래들이 모여 커뮤니티도 형성할 수 있는 쉐어하우스 확대 공급을 통한 이주 초기 정착 지원도 고민해야 한다. <문미숙 경제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