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의 건강&생활] 건강염려증

[진승현의 건강&생활] 건강염려증
  • 입력 : 2021. 03.17(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의원에서 많은 질병을 다루게 되지만 신체적 질환보다 정신적 질환이 진단이나 치료가 어렵다고 느낄 때가 많다. 현대인 중에 화병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정신적 질병은 우리에게 익숙해있다. 더군다나 코로나 팬데믹이 1년 넘게 이어지며 화병 환자가 급증했다고 하니 정신적 질환은 중요시 다뤄야할 분야가 되고 있다. 우울증이나 강박증 등 세부적으론 질환이 많겠지만 건강염려증 역시 무시 못 할 질병이다.

건강염려증이란 사소한 신체적 증세 또는 감각을 심각하게 해석해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고 확신하거나 두려워하고, 여기에 몰두해 있는 증상을 말한다.

이런 환자를 대하다보면 성격이 예민하거나 몸시 꼼꼼한 경향이 있고,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경우, 불안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는 자신의 건강상태에 불신이 심하고 어떤 증상이 몸에서 느껴지면 큰 병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잘 느끼지 못했던 두통이 지속되면 '뇌종양'이 아닌가 의심하고, 소화불량이 지속되면 '위암'을 의심하기도 한다. 몸 한쪽이 차갑거나 마비감이 있다고 느끼거나 등이 아프고 위로 뻗치는 느낌이 든다고도 하고 속이 불편할 때면 왼쪽 허리가 같이 아프다는 식으로 의학적으로 해석되기 어려운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자신이 무슨 질병인지 궁금해서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자신의 증상을 수시로 검색해보는 습관이 생기고 소위 '용하다'는 병원을 찾아 검사와 상담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특정 병원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건강염려증은 건강하던 성인에게서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환경적으로 예민할만한 적이 없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없는데 특정 증상을 느끼면 거기에 집착하다가 건강염려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공통점이라면 성격이 고집이 세고 몹시 꼼꼼한 면이 있다는 점 정도이다.

이런 환자들은 병원에 가면 아무도 나의 질환을 진단을 내리지 못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건강염려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누군가 그런 진단을 내려주더라도 인정하지 않고 실제 질환이 있다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것은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신체적 질환으로 강하게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병원에서는 쉽게 잘못된 처방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실제로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제주도내에서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이 될 경우 서울의 대형병원까지 가서 검사를 받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건강염려증 환자는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신의 질병에 더 집착하게 되고 과도하게 감각이 예민해져서 다른 신체적 질환이 더 생겨났다고 오해하기도 하고 결국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심하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고 직장을 그만두거나 집에서 나오지 않는 등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의외로 건강염려증 환자는 주변에 많이 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독자도 그런 경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건강에 자신이 없고 특정 질환이 의심된다면 병원의 진단을 잘 믿고 따르려는 자세가 우선시 돼야 한다. 나의 몸에 대해 열린 자세가 있어야 무슨 병이든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진승현 꽃잎위에선 한의원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67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