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우의 월요논단] ‘한국캐미호’의 이란 억류가 주는 교훈

[남동우의 월요논단] ‘한국캐미호’의 이란 억류가 주는 교훈
  • 입력 : 2021. 03.22(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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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시작과 함께 중동의 바다에서 몹시도 염려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1월 4일 오전 10시(한국 오후 3시)경 우리 국적 선박 '한국캐미호'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돼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에 억류됐다는 내용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UAE(아랍에미리트) 사이의 바다로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을 연결하며, 세계적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이란·쿠웨이트 등에서 생산되는 석유가 이 해협을 경유해 전 세계에 공급되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바다이다. 우리나라도 전체 원유 수입의 70% 이상이 이 해협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란은 우리 선박을 나포해 억류한 이유가 해양 환경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많은 안보 전문가들의 주장은 다르다. 먼저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과 이란의 핵 개발 관련 갈등이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힘겨루기' 차원에서 동맹국이나 우호국에 대한 위협 행위를 한 것이며, 보다 현실적으로는 경제적인 차원에서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강화로 우리정부가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이란 산 원유 수출 대금 70억달러를 받아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 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영국이나 UAE 국적 선박 등을 대상으로 나포 한 이란의 과거 전력이 이러한 분석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 선박이 해상에서 나포돼 억류된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뿐 만 아니라 아프리카 서부 해역 등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상황이 매우 특별한 것은 나포와 억류의 주체가 해적 등의 소행이 아니라 국가라는 점이다. 우리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좀 더 정책적이고 전략적으로 깊이 있게 접근해야 되는 이유이다. 해외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정치·외교·경제·국방 등 총체적이고 다차원적인 예방 대책 등을 강구해야 한다. 군의 입장에선 나포 직후 청해부대를 현지에 급파했지만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청해부대의 전력을 추가로 보강해 줄 필요는 없는지, 작전 구역 등 운용 상 개선·보완 사안은 없는지 검토해 발전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에서 강조하는 '해양강국 건설'은 구호만 외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바닷길이 막히고 선박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은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먼 중동도 정세가 불안정하지만 우리의 주변 바다가 더 위험해 보이니 말이다.

계절은 바뀌어 봄이 오고 있지만 '한국캐미호'는 아직도 억류 중이다. 선박과 선장을 제외한 선원들은 풀어주기로 했지만 일부는 선박의 유지관리를 위해 현장에 남아 있다고 한다.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서는 점점 잊혀 가는 듯하다. 정부에서는 외교적 수단 등을 총 동원하여 우리 선박 석방을 조속히 추진해 주길 바란다.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모항으로 하는 제7기동전단 소속 함정과 장병들이 외롭고 거친 중동의 바다에서 오늘도 묵묵히 코로나와 또 해적 등 불특정 위협 세력과 싸우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들에게 제주 도민들의 사랑과 격려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남동우 제주대학교 교수.예비역 해군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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