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든 살리든 대통령이 결정하라." 이는 제주도민여론조사 결과와 상반되게 제2공항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원희룡 도지사가 3월 17일 도의회에서 내뱉은 발언이다. 제주도민은 이미 제2공항 반대를 결정했건만,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의 짬짜미가 의심되는 가운데 계속 추진을 주장한 원 지사에 의해 문재인 대통령이 거칠게 호명됐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1월 성산읍 지역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제주사회는 찬반의견이 분분했다. 5년 넘게 수많은 토론과 공방과 집회와 시위와 갈등이 이어졌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향후 제주특별자치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는 당정협의회의 결과에 따라 제주도, 도의회, 시민사회가 논의를 거듭한 끝에 도내 9개 언론사의 주관 아래 2곳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각 2000명씩의 도민을 대상으로 찬반을 묻고 거기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그것이 모두가 수용키로 한 최종 합의였기에 찬반 측에서는 각기 여론전에 온힘을 쏟았다. 한 조사에선 반대가 절반을 넘었고(반대 51.1%, 찬성 43.8%), 다른 조사에선 오차범위 안에서 반대가 높다(반대 47.0%, 찬성 44.1%)는 결과가 2월 18일 공식 발표됐다.
절차에 따라 제2공항 반대가 결정된 셈이었다. 제주도는 도의회와 협의 후에 여론조사 결과를 국토교통부로 송부했다. 이제 국토부는 도민의견을 수용해 제2공항 건설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국토부는 느닷없이 도의 의견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거기에 원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비틀면서까지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또다시 제2공항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놓고 말았다.
원 지사는 최근 "만약 대안 없이, 도민끼리 찬반이 갈리니 난 모르겠다고 하면 대통령이, 국가가 왜 있나. 그런 대통령과 국가는 인정할 수 없다."(<한겨레> 3월 28일자)는 발언까지 쏟아냈다. 국토부의 행정절차를 이용해 자신의 찬성 의견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대통령을 공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 과정이 어찌됐든, 이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원 지사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서 공격한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 지사의 공격은 국토부의 어이없고 형편없는 태도가 빌미를 준 것이기에 그런 잘못을 저지른 행정부의 수반으로서도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마땅하다.
4·3 제73주년 추념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할 것 같다는 얘기들이 들려온다. 도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4·3특별법 개정이 확정된 데다가 제주 출신 국회의원이 참석을 요청했다는 뉴스도 있는 것을 보면 참석이 유력해 보인다.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다. 수렴된 도민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제2공항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현 공항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대통령으로서 선언해주기 바란다. 강정이 4·3이었듯이 제2공항도 4·3이다. 숨골을 뭉개고, 새들을 쫓아내고, 농토를 없애면서 눈앞의 돈벌이를 위한다며 5조를 퍼붓는 폭거가 통일독립을 외친 도민들을 토벌군경이 짓밟은 역사와 무엇이 다른가. 제2공항 백지화 선언 없이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한다면 그 진정성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