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의 목요담론] 직접 보고 들은 것이라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김경미의 목요담론] 직접 보고 들은 것이라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 입력 : 2021. 04.01(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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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유가 있을 때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라는 프로의 재방송을 시청한다. 시청을 하면서 소름이 돋는다. 진실이 아님에도 진실로 알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아직도 그러한 일들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더 소름이 돋는다. 정보의 홍수에서 가짜가 더 진짜 같아 보이는 파편의 정보. 정확한 사실 검증이 되지 않은 내용의 무차별 살포. 때론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가짜뉴스의 생산. 진실이 가려지는 현상 앞에 우리는 깨어 있는가?

'안회습진(顔回拾塵)’ 일화는 공자 일행이 진나라와 채나라 전쟁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다. 일주일째 밥을 못 먹은 상황에 제자 자공이 어렵게 쌀을 구해왔다. 공자는 안회와 중유에게 밥을 짓도록 했는데, 밥이 거의 다 됐을 때 천장에서 떨어진 먼지가 솥 안으로 들어갔다. 안회는 먼지로 더럽혀진 밥을 다른 사람이 먹을까 염려해 그 부분만 살짝 퍼서 먹었다. 바로 그때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던 자공이 그 광경을 보고 안회가 밥을 훔쳐 먹는다고 생각했다. 자공은 이 사실을 공자에게 말했다. 이것을 단편적으로 사건 구성으로만 보면 일주일째 밥을 못 먹은 상태이다. 쌀을 얻어와 밥을 지었다. 안회가 먼저 밥을 훔쳐 먹는 것을 자공이 봤다. 이것을 팩트체크 해보면 제자 안회는 먼지로 더렵혀진 밥을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으려고 먼저 먹었다. 우리가 이러한 상황과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보이겠는가? 안회는 스승과 동료에게 지탄 받을 만한 일을 한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깨어 있는 사람이라 안회의 행동에 대한 진실을 밝혀 ‘안회가 재를 주워 먹었다'의 '안회습진' 일화가 전해지게 된 것이다.

지금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전부 진실이라고 확신하는가? 많은 정보가 쏟아져 검증 전에 진실로 굳혀져 있는 것은 아닌가? 진실 주장을 위해 더 자극적으로 선동적으로 시야를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실을 볼 수 있는 깨어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특히 믿고 싶은 것을 믿는 함정에서 빠져 나와야 진실과 마주 할 수 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생각의 오류' 저자 토머스 키다는 여섯 가지 오류의 큰 틀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생각이라고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분명한 증거가 있다기보다 무언가를 믿고 싶어서 믿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고 있지 않았을 때도, 사실이 아닌 것을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진실과 마주 하려면 '확증 편향'을 조심해야 함을 의미한다. '확증 편향'이란 개인의 선입관에 따라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성향을 의미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있는 것의 정보와 내용들만 받아들이고, 다른 의견에 대해서 무시하거나 편견으로 재해석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일방적인 정보 습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사람들이 얼마만큼 존재하느냐에 따라 진실은 우리와 가까워 질 수 있다. <김경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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