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 월요논단] 넘치는 가파도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김동윤 월요논단] 넘치는 가파도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 입력 : 2021. 05.24(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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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밭에 누워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 떠올라 눈물이 나지/ 하동포구에 바람이 자고, 파도 넘어/ 한라산에 노을이 들면/ 바다로 나간 정든 얼굴들/ 올레길 따라 돌아오겠지/ (…)/ 휘돌아치는 거친 파도는/ 수평선이 가만가만 다독여주고/ 밤이 내리면 별들이 모여/ 우리들의 노래에 귀기울이지/ (…)/ 청보리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나두야 구름 따라 흘러간다네"

최백호가 이렇게 노래하듯이, 가파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2009년 시작된 '가파도 청보리 축제'가 각광 받으면서 더 알려졌지만, 청보리 없는 가파도도 무척 아름답다. 사실 나는 두 번 가파도를 가 봤는데, 아직 섬의 청보리는 못 봤다. 첫 방문은 11월 당일치기였고, 두 번째 방문은 여름철 1박2일의 답사였기 때문이다.

청보리를 못 만났어도 가파도는 참 좋았다. 올레길 10-1코스뿐만 아니라 섬의 들판과 바닷가 어디든 거닐다보면 사방팔방으로 탁 트인 별천지에 떠다니는 기분이 든다. 맛있는 음식점도 적잖이 있고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정겹다. 송악산, 산방산, 한라산이 첩첩이 보이는 제주도의 모습은 압권의 장관이다. 그런데 요즘 가파도가 몸살을 앓는다는 보도를 자주 접해 안타깝다. 관광객이 너무 몰려 힘들다는 것이다.

4월 말엔 관광객 증가로 '가파도 소규모 공공하수 처리 시설'에서 오수가 넘쳐나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시설은 하수를 처리해 바다로 흘려보내는 기능을 하는데, 그 이용량이 급증하자 정화되지 않은 1차 펌프장의 하수가 용량을 못 견뎌 2차 펌프장으로 보내지기 전에 넘쳐버렸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하루 2000명 가까이 찾아오는 날이 이어지면서 수용 능력을 초과해버린 결과다. 게다가 주민들은 코로나19가 관광객을 통해 섬에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3월에는 생활쓰레기와 해양쓰레기가 방치됨으로써 문제가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파도는 2012년까지는 마을 내 소각장에서 일부 쓰레기를 처리하기도 했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탄소 없는 섬 2030' 사업을 실시한 이후 소각장을 철거하고 대정읍사무소에서 바지선으로 쓰레기를 수거해 간다. 하지만 쓰레기 수거가 제때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각종 쓰레기들이 뒤엉킨 채로 며칠씩 방치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파도 주민 217명만 대상으로 한다면 거의 발생하지 않을 문제들이다. 공공하수 시설의 처리 규모는 하루 120t이어서 주민들의 하수 처리에는 충분하다. 쓰레기의 경우도 주민들만의 것이라면 문제가 안 된다. 감염병 걱정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주민의 10배에 가까운 관광객이 몰려드는 날까지 있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파도의 상황은 제주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님을 입증한다. 주민 삶의 안정성을 우선하면서 기반시설이 친환경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섣부른 관광팽창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성급히 가르는 꼴에 다름 아니다. 제2공항 건설로 관광객을 더 끌어들이려는 발상은 그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다. 현재 수준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질 높은 주민의 삶과 관광정책을 도모해야 마땅하다.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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