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의 월요논단] 도시계획과 도시공간의 계층화

[김태일의 월요논단] 도시계획과 도시공간의 계층화
  • 입력 : 2021. 05.31(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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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겨례신문에 소개된 ‘도시공간의 신분계급도’는 우리 도시의 민낯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모든 도시에는 일정부분 신분과 소득에 따른 자연스러운 공간의 계층화가 있기는 마련이지만 ‘도시공간의 신분계급도’는 근본적으로 어디에 집을 샀는가에 따라 거주자의 계급이 인식되는 차별적 공간에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1960년대 이후 지속돼 온 우리나라의 주택정책과 주택공급방식에 기인하는 것이다. 주택은 내구적인 생활의 필수적인 고가 소비재로서, 소비자의 신분과 소득격차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주택을 둘러싼 이해집단들간의 타협과 갈등의 근원이며 주택의 생산, 소비, 그리고 교환과 관련된 다양한 기관에게는 이윤의 원천이기도 하다. 1990년대 출간된 ‘도시주택연구’의 저자 케이트 바셋과 존쇼트는 도시주택 및 주거지구조에 관한 접근방법으로 제시한 제도적 접근방법은 대서양의 양대륙에 걸쳐 그 뿌리를 두고 있는데 권력과 갈등이라는 광범위한 주제에 입각해 토지 및 주택시장의 제도적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정치학의 발전내용을 차용하는 접근방법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문제는 제도적 접근방법에 가까운 경향이 있고 또 제도의 틀 안에서 들여다 보는 것이 합리적이 생각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최근 치러진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라 할 수 있으며 선거에 큰 영향을 준 요인중의 하나가 부동산정책이라 할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4주년 특별연설에서도 부동산정책 실패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의 부동산정책은 유독 민심에 큰 영향을 주는 절대적 요인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땅과 아파트는 재산증식의 수단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부동산 투기의 근절은 스스로 부동산을 확대하면서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는 주체들에 의해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관련 전문가중에는 이른바 집합주택의 브랜드화에 대해 공공연히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주택이 갖는 공공적 가치보다 상업적 가치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주거의 본질과 도시공간의 계층적 심화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아파트 공화국’의 저자, 발레리 쥴레조는 저소득층 주거해결을 위해 국가주도의 집합주택 건설을 하는 프랑스와 달리 한국의 집합주택은 국가가 주도하고 민간이 개발하는 매우 독특한 건설방식, 정치권력과 기업의 협력적 관계유지의 특징을 언급했다. 국가주도, 행정주도의 개발과 재벌중심의 주택공급, 브랜드화, 상품화는 우리나라 집합주택의 특징짓는 요소들이다. 1970년대 강남의 개발 이후 여전히 진행형으로 도시공원의 민간특례제도에 의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건설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제도적으로 민간에게 특혜를 주어가며 브랜드화된 집합주택 대량생산은 제주도시의 경관과 환경뿐만 아니라 상대적 도시공간의 계층화를 심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고민할 부분이다. 빈집증가, 110%를 넘는 주택보급율, 도시재생 등 실타래처럼 엮여 있는 제주도시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도시계획의 접근보다는 여전히 손쉬운 대규모 단지건설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제주의 오등동 도시공원 개발사업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집행부의 결정에 대해 제도적으로도 환경영향평가위원회와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꼼꼼하게 검토했다면 불필요한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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