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문화광장] 뮤지움과 컬렉션

[김준기의 문화광장] 뮤지움과 컬렉션
  • 입력 : 2021. 06.08(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뮤지움과 컬렉션. 박물관과 소장품 또는 수집품을 이르는 외래어다. 지금 전 국민에게 뮤지움과 컬렉션이 화두로 떠올랐다. 한 기업 총수가 모은 컬렉션이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그가 남긴 문화재와 미술작품들이 갖가지 화제를 뿌리며 한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문화재와 미술작품을 수집한 장본인의 유가족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품을 기증한 이후, 이 수집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각 지방정부에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뮤지움을 유치하겠다며 경쟁하고 있다. 미술작품이 사회적으로 관심사가 된 것이 별로 없으므로 이번 사건은 미술관 종사자인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미술계 관계자들도 놀라워할 정도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두말한 나위 없이 컬렉션은 뮤지움의 필수 요소이며, 뮤지움은 문화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과 수집품은 이제는 문화사회의 상식이 된 언어들이다. 문화재나 미술작품을 통해 문화적 가치를 집약한 것이 수집품의 힘이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이러한 뮤지움 매커니즘의 과정을 생략한 채, 그 결과만 들어다보려고 한다. 지방정부의 뮤지움 유치경쟁이 일견 반가우면서도 그동안의 문화행정을 돌아볼 때, 문화적 성찰이 부족한 대중주의 문화정치가 아닌 생각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소장품에 투자하지 않고 세계적 미술관을 기대하는 빈약한 문화인식이다. 세계10대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문화적 깊이에는 아직 한계가 분명하다. 천민자본주의가 앞선다는 자성이 나오는 이유이다.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 퐁피투센터를 갖춘 파리를 생각해보자. 전근대와 근대, 그리고 동시대 미술을 두로 아우리는 문화도시 파리의 뮤지움 라인업은 환상적인 문화기반이다.

이러한 라인업의 힘은 컬렉션에서 나온다. 제국주의시대를 풍미한 루브르의 압도적인 컬렉션은 그 연원을 따려 원망해도 소용없을 정도로 전지구적인 힘을 가진다. 인상파 중심의 근대미술을 갖춘 오르세미술관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컬렉션의 힘이 있기에 동시대미술을 두루 꿰며 종횡무진하는 퐁피두센터가 지금이라는 시간을 따라잡으며 활력을 불어넣는다. 게다가 팔레드도쿄처럼 컬렉션 기반을 벗어난 공공전시장도 문화적 역동성을 배가한다.

한국은 소장품 수집에 제한적인 예산을 쓸 수밖에 없다. 기증문화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문화선진국의 컬렉션 수준은 넘사벽이다. 그들도 그랬다. 제국주의시대의 탈위가 아닌 바에는 근대를 지나면서 대량기증으로 시민사회의 기부문화를 중심으로 한 기증품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그 기반 위에 동시대를 따라잡는 전시와 소장품 정책을 병행해야 과거를 복원하고 동시대를 따라잡을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새 개념, 포스트뮤지움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동하는 동시대 또는 차세대 뮤지움 개념이다. 소장품 기반 위에서 동시대를 따라잡고, 동시대를 창출하는 문화전략에서 나온다.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48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