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노인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높은 고령인구 비율과 경제적 문제에 따른 '부양부담'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14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에서 발생한 노인 학대 판정 건수는 2018년 158건, 2019년 146건, 2020년 159건으로 최근 3년간 463건이 발생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발생한 노인 학대 222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노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대를 당했다. 최근 3년간 학대 유형을 보면 모욕을 주거나 폭언을 하는 정서적 학대(45.1%)와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신체적 학대(36.4%)가 가장 많았으며, 방임(자기 방임 포함·11%), 경제적 학대(6.1%)가 뒤를 이었다.
신고를 통해 학대에서 벗어난다면 좋겠지만 문제는 노인 학대 대부분이 가정에서 조용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발생한 노인 학대 463건 가운데 94.1%(436건)가 집 안에서 일어났고, 학대 가해자 역시 아들(35.2%), 배우자(23.6%), 딸(7.8%) 순이었다.
노인 학대의 증가는 제주가 고령인구 비율이 다른 지방보다 높은 상황인데도, 부양은 가족에게만 의존하는 사회적 풍토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개인 혹은 가족의 과도한 노인 부양 책임은 부양자의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높이는 원인이 되며, 이는 간혹 학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녀가 한 두명 밖에 없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차츰 노년 세대로 접어들고 있는 점은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음을 시사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대표되는 부양 부담이 학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학대 예방을 위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부양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요양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