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의 문화광장] 위기의 시대에 건축에게 던져진 질문

[양건의 문화광장] 위기의 시대에 건축에게 던져진 질문
  • 입력 : 2021. 06.22(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의 상황은 서서히 탈출로가 보이는 듯하다. 바이러스의 공격에 의해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반면 인류를 위협하는 여러 난제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 수립의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는 위기의 시대에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의 건축가들에게 던져졌다. 지난 5월 말에 개막된 '17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총괄 큐레이터인 '하심 사르키스(Harshim Sarkis)'가 내세운 주제다.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행사로서, 주제를 해석한 각국의 국가관 전시는 우리 시대 건축의 시좌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 할 수 있다.

하심 사르키스의 질문에 한국관의 총감독인 신혜원 건축가는 '미래학교(Future School)'로 응답했다. 베니스에 개관한 한국관은 서울의 미래학교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미래학교와 디지털 환경으로 연계돼, 디아스포라(난민문제), 기후 위기, 사회적·기술적 변화속도 등 인류의 시급한 과제를 놓고 창의적이고 다중적 연대를 의도하고 있다. 기존 학교의 한계에서 벗어나 전 세계가 하나 되어, 토론하고 수렴해가는 과정이 전시물로서 관람객과 함께 한다. 한국관의 전시풍경 또한 독특하다. 무엇을 전시하고 보여주는 전시관이 아니라, 관람자들에게 휴식과 명상의 공유공간, 소통·교류·토론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전시개념을 탈피한 것이다. 이를 위해 동원된 작품들을 보면, 서천 갈대 카펫, 한국 전통의 한지방(韓紙房) 등이 공간을 이루고, 완도 미역국과 제주 작가 정미선의 옹기에 담긴 차 등이 관람자들에게 촉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미래학교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밀착된 인간성 회복과 전 인류적 연대가 곧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의 해답임을 암시하고 있다.

반면, 일본관은 젊은 건축가 '카도와키 코조(門脇耕三, 1977~)'가 총감독을 맡아 '행동의 연쇄, 요소의 궤적(Co-ownership of Action, Trajectories of Elements)'를 주제로 내걸었다. 인구감소로 버려진 빈집의 목구조를 해체해 베니스로 이동하고, 베니스의 건축재료를 보충하여 새로운 구조물을 재창조하는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이는 소비의 '이동'에서 재생을 위한 '이동'으로의 관점 전환을 의도한 것이다. 유한한 지구 자원 속에서 대량 소비에 얽힌 우리 시대의 위기를 제기하고 건축의 지속 가능성과 건축의 근본적인 방향성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안하고 있다.

온라인으로나마 베니스 비엔날레를 둘러보며, 제주의 위기 상황에 제주건축은 어떠한 답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해졌다. 제주에도 유사한 행사로 건축 관련 3단체가 주축이 돼 2005년부터 시행해온 '제주건축문화축제'가 있다. 이제 제주건축문화의 창달이라는 거시적 목표 아래 순항해온 15년의 행사에서 더욱 성장해, 제주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란 질문에 응답하여야 할 때다. 제주 건축계가 이러한 대승적 자세로 공공기여의 최전선에 위치할 때 이익집단이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제주사회의 리더 그룹으로 변화될 것이라 기대한다. <양건 건축학박사.제주 공공건축가>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50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