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명-이낙연-정세균 후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30일 본격 개막했다.
예비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이날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각각 절차를 마침에 따라 9명의 주자가 모두 링 위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직접 민주당사를 찾아 "다른 정치 기교를 생각하지 않고 저만의 정공법으로 뛰겠다"며 등록했다.
이어 오후에는 이 지사를 대신해 박찬대 박홍근 의원이, 정 전 총리를 대신해 김교흥 장경태 의원이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전직 총리 2명(이낙연 정세균)과 현직 도지사 3명(이재명 양승조 최문순), 현직 의원 3명(박용진 김두관 이광재), 당 대표 및 장관 출신(추미애) 등 중량급 인사가 포진한 라인업이다.
주자들은 내달 1일 한 자리에 모이는 프레스데이 행사를 시작으로 TV토론 등에서 본격적으로 맞붙는다.
후보자를 6명으로 좁히는 예비경선(컷오프·7월 9∼11일)에서 누가 살아남느냐가 첫 관전 포인트다.
'1강 1중 7약' 혹은 '빅3'로 칭해지던 초반부 구도에는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돌풍'과 맞물려 가장 젊은 박용진 의원이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여권 3위로 약진했다.
이어 추 전 장관이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꿩 잡는 매'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2위 경쟁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감세론을 꺼내든 박 의원은 이날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를 방문해 "나는 삼성 저격수가 아니라 삼성 지킴이다.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10개 만들겠다"며 중도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이광재 의원은 정치인 중 최초로 '광재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했고, 김두관 의원은 7월 1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면서 이해찬 전 대표 등이 참석한다고 알렸다.
정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7월 5일까지 단일화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반(反) 이재명 연대'를 촉진해 경선판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두 후보가 '민주당 적통'을 내걸고 단일화 논의의 테이프를 끊자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호응하는 등 논의가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9월 5일 끝나는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에 들어가는 만큼, 나머지 후보들이 결집한다면 대역전극을 연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단일화론의 배경에 깔려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는 저와 이광재 후보가 단일화를 약속했고, 다른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결선투표제도가 있기 때문에 예비경선이 끝나고 나면 다시 서로 힘을 합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지사 측 박성준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시대정신을 담는 후보가 민주당의 적통"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논의의 명분인 '적통론'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 캠프 대변인인 오영훈 의원은 이 지사의 '검수완박 시기상조론'을 겨냥해 "대체 검찰개혁의 의지가 있기나 한 거냐"며 정면비판하는 했다.
향후 반(反)이재명 연대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공세의 포문을 연 것으로,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의 신경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에 속도가 붙으면 단일화 방식을 둔 주자 간 샅바싸움도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이 의원과의 단일화 방식에 대해서는 "지금 논의 중"이라며 "(여론조사 방식이 바람직한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