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하루를 시작하며] 마지막 꼰대

[조미영의 하루를 시작하며] 마지막 꼰대
  • 입력 : 2021. 07.07(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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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두는 ‘20·30’이다. 정치인들은 젊은이들의 말투, 생활양식, 문화 등을 따라하느라 애쓰고, 방송은 끊임없이 선정적인 화면을 내보내며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자 한다. 정치권이든 기업이든 청년들을 잡아야 승산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기성세대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돼버렸다. 관습을 따라하는 행동 혹은 충고 등이 쓸모없이 치부되며 소위 ‘꼰대’로 통칭되어 버린다. 하지만 무엇이든 쏠림현상이 심하면 부작용이 나온다. 세상에 ‘절대’ 혹은 ‘완전’은 없다. 조화로움이 중요하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던 586에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다. 물론 그들 중에는 변절하거나 기득권을 쥔 채 기존의 권력자들을 답습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시민사회운동을 떠받치고 있거나 행동하는 양심으로 남아있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싸잡아 몰아치는 사회 분위기 탓인지 독재에 납작 엎드려 지내던 이들이 도리어 민주화 세력을 비난한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가 모두 586세대에게서 기인한 것처럼 몰아가는 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 알려진 '지하철 내 흡연' 사건이 있다. 한 젊은이가 지하철 안에서 담배를 피자 이를 보다 못한 한 어르신이 이를 저지하다가 싸움으로 이어진 일이다. 그때 그 젊은이는 항의하며 담배를 뺏는 그 분을 향해 ‘꼰대’라고 욕한다. 싫어도 아무 말을 못하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용기 있게 맞서 담배 피는 것을 저지하다가 당한 수모다.

후배 혹은 나이어린 동료들에게 충고를 하는 게 눈치 보이는 세상이다. 선배의 충고를 '꼰대의 잔소리' 쯤으로 치부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위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들이 돌출되는 것이다.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조화로워야 한다. 청년이 대세라고 너도나도 청년의 비위를 맞추느라 정신없이 구는 것도 문제고, 사회의 잘못된 부분이 생기면 타깃을 정해 마녀 사냥하듯 몰아가는 것도 문제다. 각자의 위치와 나이에 맞게 역할이 주어지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공리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인생’에서 문화혁명 당시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리의 딸이 출산을 위해 산부인과에 갔는데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 나이든 의사들 대신 전부 젊은 의사로 바뀐 탓에 위급상황이 생기자 대처를 못한다. 결국 유치장에 갇힌 경험 많은 의사를 모셔왔으나 굶주림으로 지친 상태였기에 진료에 들어가기 전 찐빵을 급하게 먹다 체해서 급사해 버리고 그 사이 공리의 딸은 과다 출혈로 사망한다. 비록 픽션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그간의 삶의 경험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역사가 조금씩 진보돼 나아가는 데는 우리가 꼰대라 부르고 있는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마저 부정하지는 말자. 대신 그동안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면 이를 해결할 적극적인 노력에 합심하면 된다.

오늘 이런 소리마저 꼰대의 잔소리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꼰대소리를 듣기 싫어서 아무도 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제어할 수 없는 사회가 된다. 마지막 꼰대가 돼서라도 사회에 쓴 소리를 하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조미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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