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의 월요논단] 역천의 탐욕이 득실득실한 세상

[김동윤의 월요논단] 역천의 탐욕이 득실득실한 세상
  • 입력 : 2021. 07.12(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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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은/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이적의 노래 '당연한 것들'의 일부다. 우한폐렴이니 뭐니 하면서 매스컴에서 떠들 때만 해도 메르스처럼 한두 달 조심하면 되는 일이라고 다들 믿었다. 그래서 각종 행사나 일정들을 조금씩 미뤄두는 정도에서 괜찮아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벌써 1년 반이나 지났는데도 우리의 당연한 일상은 좀처럼 회복될 줄 모른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사망자수(9일 09시 기준)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미국이 60만 930명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브라질 52만 6892명, 인도 40만 5028명, 멕시코 23만 3958명 등의 순이다. 방역모범국인 한국의 사망자 수가 2038명이어서 실감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만 제주도 인구만큼이 코로나19로 죽었다고 생각한다면 섬뜩해진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일상회복의 기대감은 상승하고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직도 멀다. 돌파 감염과 변이 바이러스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도 연말쯤이면 관리 가능한 범주에 들어감으로써 상당한 수준의 일상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결코 그래서도 안 된다. 자본의 탐욕과 과학기술 맹신의 깃발 아래 거침없이 질주해온 인류에게 준엄한 경고가 내려졌다고 여기고서 진중한 성찰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2년 가까운 엄혹한 성찰의 기회를 부여받고서도 부적절한 탐욕과 맹신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도발이다.

때마침 우리에게는 제2공항 문제를 숙고하여 매듭지을 일이 코로나19 기간에 찾아왔다. 관광과 삶의 문제, 개발과 보전의 문제, 국책사업과 자기결정권의 문제 등을 깊이 고민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래서 갖가지 진통 끝에 합의된 방식에 근거하여 지난 2월 최종 의견을 도출해냈다. 도민들은 뜻을 모아 반대를 결정했다. 제주도당국도 정부도 도민의 뜻을 수용하겠다고 수도 없이 공언했던 터였기에 모든 것은 순리 따라 절차를 이행하는 일만 남았었다. 제2공항을 백지화하되, 기존공항을 유지하거나 확충하거나 정석비행장을 활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토부가 느닷없이 제주도지사의 뜻을 밝히라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도지사는 찬성한다고 맞장구쳤다. 정말 믿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도민들의 반대여론이 높은 것이 공식 확인됐는데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도민과의 약속을 팽개치면서 무슨 얼토당토않은 수작이란 말인가. 그래놓고 최근에는 또 환경부의 결정을 지켜보겠단다. 제주도민들을 개돼지 취급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는가. 하늘의 뜻을 모르는 역천(逆天)의 탐욕들이 득실득실한 세상을 얼마나 더 용납해야 하는가.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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