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열 박사의 버섯이야기] (5)제주인들은 어떤 버섯을 먹었을까

[고평열 박사의 버섯이야기] (5)제주인들은 어떤 버섯을 먹었을까
초가을 목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큰갓버섯 '최애'
  • 입력 : 2021. 08.12(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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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큰갓버섯(벨버섯,소남버섯)

몰(아래아)똥버섯과 유사한 독흰갈대버섯 애먹여
참나무에서 나는 표고는 약용까지 다용도
이름 부자 '목이'… 독특·재치있는 작명도
약용은 끓이거나 달여서 먹는 등 7종 소개

10여 년 전 쯤, 제주도 곳곳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버섯에 대해 물어보러 다닌 적이 있다. 추자도를 제외하고 우도면까지 1년 동안 50여개 마을을 찾아 가능한 80세 이상, 100여명의 어르신들을 만났다. 어르신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먹는 방법, 버섯의 특징을 살펴보자.

큰갓버섯(몰똥버섯,몰똥초기)

 ▶제주 사람들이 가장 사랑했던 버섯

 제주도 사람들 누구나 즐겨먹던 버섯은 몰(아래아)똥초기, 몰(아래아)똥버섯이라고 부르는 큰갓버섯이다.

 초가을에 목장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드물어졌다. 간장이나 소금을 넣어 참기름에 볶아먹고, 목장에서 먹을 때는 마른 고사리불에 구워먹었다. 산달래와 함께 볶아 먹으면 향기가 좋았고, 많을 때는 말려 두었다가 찌개에 넣어 먹기도 했다. 보리가루를 넣고 국을 끓여 먹거나, 고기가 있을 때는 무말랭이와 지져먹는다. 양념장을 만들어 발라가면서 화롯불 석쇠에 구워먹는게 가장 맛있었다. 많이 채취할 때는 이웃과 나눠 먹거나 가끔은 시장에 내다 파는 사람도 있었다. 큰갓버섯은 면담 대상자 누구나 알고 있었으며 '몰(아래아)똥초기' '몰(아래아)똥버섯'이라고 했고, 각 지역마다 거의 동일했다.

 ▶제주 사람들을 애먹인 독흰갈대버섯

 큰갓버섯과 유사해 중독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던 독흰갈대버섯이다. 별버섯, 빌버섯, 벨버섯, 독버섯, 소낭초기, 소남초기, 소남버섯, 소낭버섯 등으로 불렀다. 소나무밭에 나서 소남버섯이며, 버섯의 한가운데 별모양 인편이 있어 별버섯이라 불렀다. 버섯을 따다가 놓아두면 황변한다. 중독증상으로 설사와 구토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 밝은 한낮에도 별이 송송, 달이 송송 보인다(도(아래아)리송송 베리송송 헌다).

표고(초낭초기)

 ▶표고는 제사용, 식용, 약용으로 두루 쓰인 고급버섯

 표고는 초기, 초낭초기, 초남버섯, 초남초기라 불렀는데 참나무(초낭, 초남)에서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국에 넣어 먹거나 소금간을 해 볶아 먹었다. 재배해 따 먹기도 했다. 찌개에 넣어 먹거나 제사때 전을 부치고, 잡채를 만들 때에 넣어 먹었다. 한라산에서 쓰러진 참나무류에서 발생한 야생표고를 따다가 콩나물과 같이 끓여 먹으면 감기에 효과가 있다. 아이들 감기에 걸렸을 때 표고 달인 물을 먹였다.

팽나무버섯(팽이)(퐁낭초기, 복닥낭초기)

 ▶맛이라면 단연 퐁낭초기

 팽나무버섯은 주로 발생하는 나무의 이름에서 딴 폭낭초기(팽나무), 복닥낭초기(예덕나무), 오동나무버섯(오동나무) 등으로 불렸고, 채취하는 버섯 중에 특별히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불탄 나무, 죽은 나무에 발생한다.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볶아 먹는다. 참기름에 볶아서 죽을 쑤어 먹었다. 이른 봄 다소 추운시기에 난다. 찌개나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좋다.

좀주름찻잔버섯(제석사발)

 ▶제석할망의 밥사발

 좀주름찻잔버섯과 주름찻잔버섯은 찻잔처럼 생긴 생김새에서 농경신인 제석할망의 밥그릇, 제석사발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동물의 똥이나 퇴비에 나며 '제석할망밥사발', '제석사발'이라는 지방명으로 여러 마을에서 동일하게 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자괴(가운데 까만 알갱이)의 방출 상태 및 잔류량을 보고 많으면 풍년, 적으면 제석할망 배고프겠으니 흉년이라 해 농사의 길흉을 점쳐왔다.

황소비단그물버섯(조퍼섯)

 ▶소낭밭에 나는 조퍼섯

 젖비단그물버섯과 황소비단그물버섯은 조퍼섯 또는 소낭버섯이라고 불렀는데 소나무 밭에 난다고 붙은 이름이다.

 갓 아래의 관공을 떼어 내고 참기름에 볶아 죽을 쑤어 먹었는데, 주름살을 파내고 흰 살을 먹어야 한다(관공 속에 벌레; 버섯파리 유충이 많이 산다). 감자를 볶아 반찬 만들 때 같이 넣어 먹거나, 찌개에 넣어 먹기도 했다. 국물 없이 양념해 볶아 먹는다. 때로는 데쳐 양념해 무쳐낸다.

목이(물자랭이)

 ▶다양한 이름을 가진 목이

 목이는 물조래기, 물흐랭이, 물조랭이, 물자랭이, 볼레낭초기, 물흐래기, 목이, 귀버섯, 호루살이버섯, 팽이 등 가장 다양하게 불린 버섯이다.

 비가 많이 온 후에 발생하고 버섯에 물기가 많다. 귀 모양으로 생겼다(귀버섯). 보리수나무(볼레낭초기)에서 흔히 보인다. 날씨가 건조해지면 금방 없어진다(호루살이버섯).

 후라이팬이나 냄비에 국물 없이 볶아 먹는다. 시커멓게 생겼다. 돼지미역귀를 넣고 볶아 먹어야 가장 맛있다.

 그 외 식용했던 버섯들도 선인들만의 독특하고 재치있는 이름으로 불렸다.

 느타리는 논다리버섯, 고냉이귀버섯으로, 고양이 귀를 닮은 모양에서 유래한다. 손으로 찢어서 볶아 먹었고, 죽을 쑤어 먹거나 국으로 끓여 먹는다. 개암다발버섯은 가을에 한라산에 아버지와 사냥을 갔다가 묻힌 나무 밑 둥에 난 버섯을 따다가 볶아 먹은 기억이 있다. 꽃송이버섯은 금송이, 또는 긴따깨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불렀다.

 흰목이는 물버섯, 헤어리라 불렀고, 습기가 많을 때 나무에 나며 물컹거린다. 흰색의 버섯으로 유채기름에 볶아 먹었다. 냄비에서 끓여 먹거나 볶아 먹는다. 소금이나 간장을 넣어 먹고, 멸치를 함께 넣어 먹어도 좋다.

 민자주방망이버섯은 송애기버섯, 송아기버섯, 송애기젖버섯으로 불렀으며, 송아지가 젖을 먹다 흘린 곳에 난다. 마늘, 간장, 참기름을 넣어 볶아 먹거나 죽을 쑤어 먹었다. 목장에 다니다보면 소량으로 발생하는데 매우 맛있는 버섯이다. 처음에는 분홍색으로 나오다가 나중에는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먼지버섯(북버섯)

 ▶상처 난 곳 지혈은 먼지버섯으로

 약용버섯도 7종이 증언됐는데 먼지버섯은 북버섯이라 부르며 가운데가 푹석거리며 먼지가 나온다. 먹지는 않으나 자주 보이며 다칠 때 가루를 상처부위에 뿌리면 지혈이 된다.

 목질진흙버섯(상황버섯)은 약용으로 물에 달여서 먹었다. 특히 다친 데가 생길 때 달여 먹으면 치료 효과가 있다. 덕다리버섯과 불로초(영지), 잔나비불로초 등은 잘라버린 나무 등 고사목에 발생한다. 몸에 좋은 버섯이어서 물을 끓여 약으로 먹었다. 구름송편버섯(운지)은 약용으로 유명하며 표고를 재배할 때 표고 재배목에 많이 난다. 간에 좋은 버섯으로 따다가 물을 끓여 마셨다.

 독버섯인 흰갈대버섯은 빌버섯, 벨버섯으로 불렀으며 별모양 인편이 버섯 가운데 있어서 독흰갈대버섯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식용으로 잘못 알고 오용한 경험이 있어 몹시 아팠는데, 독흰갈대버섯은 분명 아닌데 죽을 뻔해서 유의 깊게 관찰했다. 포자가 있는 주름살 부분이 녹변하는 특징이 있어 다른 종이라고 생각했다. 독흰갈대버섯과 유사한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말불버섯은 가운데가 터져서 가루가 날린다고 해서 고루푹새기라 불렀다. 먹지는 않았으나 밭에 잡초를 뽑다가 건들면 가루가 퐁퐁 올라오는 게 재미있어 가지고 놀았다.

 먹물버섯은 하루 만에 없어진다 해서 호루살이버섯이라 불렀다. 자루가 희고 긴 버섯으로 발생하자마자 검게 녹아내리는 버섯이다.

<고평열 자원생물연구센터 대표·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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