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의 문화광장] 제주 건축의 미래, 제주 청소년 건축학교

[양건의 문화광장] 제주 건축의 미래, 제주 청소년 건축학교
  • 입력 : 2021. 08.17(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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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의 문화적 척도는 도시풍경을 이루는 건축의 품격으로 가늠할 수 있다. 이는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시대정신이 작동해 건축으로 표출되며, 건축은 도시민의 일상이 오롯이 담겨있는 삶의 실체로서 문화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을 문화의 지위에 놓는 일은 문화도시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면모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에 개발 광풍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제주건축은 문화로서의 자리매김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항 인식에 제주 건축계는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건축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전략을 내세운다.

2005년에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 대한건축학회 제주지회, 제주특별자치도 건축사회가 연합한 건축 관련 3단체의 주관으로 '제주건축문화축제'가 출범했고, 올해로 16년째를 맞이한다. 명실상부 제주 건축계 최대의 문화행사로서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되는 '제주 국제건축포럼'은 해외의 저명한 건축가들을 초빙해, 세계건축의 최전선에 놓여있는 의제에 대해 제주도민들과 함께 숙의의 장을 열어왔다. 제주 건축계의 활발한 움직임은 중앙지역에도 알려져서. 2018년에는 건축계 최고 권위의 문화이벤트인 '대한민국 건축문화제'를 유치하여,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건축을 미술관에서 만나는 새로운 경험은 제주도민들이 건축을 문화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같이 문화로서의 건축을 향한 제주 건축계의 헌신적 노력은 다방면에서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젊은 건축가상' 본선 진출 건축가들의 출품작들을 보면 제주에서의 작업이 대세라 한다. 하나의 단편적 사례지만, 이는 제주가 품격 있는 건축 문화도시로서 포지셔닝이 되는 징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주 건축계에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도내 대학 가운데 건축가를 배출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제주건축이 문화적 동종교배의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건축설계 전문 교육기관 확충이 어렵다면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다. 제주 건축계는 건축을 전공하려는 제주의 청소년들과 연계 접점을 구축해 제주건축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획을 마련한다. 이리하여 2017년, 제주건축가회의 주관으로 '제주 청소년 건축학교'가 시작됐다. 제주지역 청소년들에게 건축의 관심을 유도하고 대학 진로에 도움을 주려는 일차적 목적에 더해, 향후 참여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하여 세계 어느 곳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더라도 네트워크를 견고히 유지함으로써 제주건축의 미래를 함께하는 이차적 목표가 있다.

지난 8월 초에는 도내 고등학생 30명이 참여해 '제4회 제주 청소년 건축학교'가 '코로나 시대 이후 작은 집'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신선하고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품평회를 지켜보며, 발표하는 학생들과 젊은 건축가들의 진중한 눈망울에서 제주건축의 미래를 그려 본다. <양건 건축학박사.제주 공공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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