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무리한 협약 발단'… 제주 불연성 쓰레기 반입 중단

[종합] '무리한 협약 발단'… 제주 불연성 쓰레기 반입 중단
구좌읍 동복리 마을회 18일 오후부터 매립장 진입로 봉쇄
"2023년 준공 광역생활자원회수센터 운영권 달라" 요구
제주도 2014년 협약서에 "운영권 위탁할 수 있다" 명시
폐기물 처리 전문성 검증 없이 무턱대고 마을회와 협약
  • 입력 : 2021. 08.19(목) 11:02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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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복리마을회가 18일 오후부터 환경자원순환센터 매립장 진입로를 중장비로 봉쇄했다. 이상국 기자

제주도가 동복리 마을회와 갈등 끝에 환경자원순환센터의 불연성 폐기물 반입을 일시 중단하면서 쓰레기 대란이 될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구좌읍 동복리 마을회가 환경자원순환센터 매립장 진입로를 중장비로 봉쇄함에 따라 19일부터 불연성 폐기물 반입을 일시 제한한다고 이날 밝혔다.

제주도에 따르면 동복리 마을회는 '제주도가 2023년 가동할 광역생활자원회수센터(이하 자원회수센터)의 운영권을 마을회에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공사를 할 수 없다'며 지난 18일 오후 5시부터 환경자원순환센터 매립장 진입로를 굴삭기와 트럭 등으로 막아섰다.

이번 사태는 과거 제주도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예정지를 동복리로 결정할 당시 마을회와 맺은 협약 내용을 놓고 양측이 갈등을 벌이며 촉발됐다.

제주도는 동복리 마을회와 지난 2014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입지 지역 주민지원 협약'을 체결하며, 협약서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에 신규 자원재활용 선별시설의 설치시 그 운영권은 동복리(청년회)에 위탁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자원회수센터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인근에 들어설 새로운 폐기물 처리시설로, 하루 130t의 재활용품을 선별해 압축하고 중량이 10t이 넘는 대형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게 설계될 예정이다. 제주도는 구좌읍 동복리 일대 4만9488㎡ 부지에 267억8000만원을 투입해 자원회수센터를 짓는다

중장비로 봉쇄된 동복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진입로. 이상국 기자

현재 동복리 마을회는 앞으로 가동할 자원회수센터가 신규 자원재활용 시설에 해당한다며 협약대로 마을회가 이 시설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당시 협약서에 '위탁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된 것은 강제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마을회에 운영권을 줘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폐기물 처리시설은 전문 자격을 갖춘 곳이 운영해야 해 전문성 검증 없이는 마을회에 시설을 맡기기 힘들다고도 덧붙였다.

도 관계자는 "현재 광역생활자원회수센터에 투입될 인원, 운영 방식 등을 정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 용역 결과가 나와야 위탁 운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마을회에 지속적으로 전달했지만, 주민들은 제주도가 운영권을 마을회에 주겠다고 당장 확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마을회와 무리한 협약을 맺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재활용 선별 시설을 운영하려면 폐기물 중간재활용업·최종재활용업·종합재활용업 등 업종을 등록해야 하며, 폐기물처리기사 등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필요함에도 당시 제주도는 전문성도 검증하지 않은채 마을회가 재활용 선별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왜 폐기물 처리 전문성도 살피지 않고 마을회에 시설 운영권을 맡길 수 있다는 문구를 협약서에 넣었느냐'는 질문에 "당시 담당자가 아니어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는 지난 2019년 쓰레기 대란을 한차례 겪었다. 제주도가 주민들과 약속을 어기고 봉개쓰레기매립장 사용 만료 시한을 매번 늦추면서 참다못한 주민들이 매립장 입구를 봉쇄해 쓰레기 반입이 한때 중단됐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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