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우의 월요논단] 군의 사건.사고, 군만 비판한다고 해결될 일인가?

[남동우의 월요논단] 군의 사건.사고, 군만 비판한다고 해결될 일인가?
  • 입력 : 2021. 09.06(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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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군에서 발생한 대형 사건.사고로 군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공군 여군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8월에 또 다시 해군에서 부대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해군 여군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비판의 수위가 한층 격렬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지난 7월 해외파병 중이던 해군 청해부대 함정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함승조원 전원이 귀국 조치됨에 따라 군의 위기관리능력에 의혹이 제기되는 등 비판의 열기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 전개됐다.

비난의 화살이 1차적으로 군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군의 입장에서 책임을 회피할 명분이 없다.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크게 실망하고 있으며 불미스런 사건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과연 군이 잘 관리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혹도 팽배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번 사건이 발생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 규정과 매뉴얼을 보강하면서 철저히 추진해 왔음에도 이런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군은 억울하기도 하고 무엇을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도 할 것이다.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와 질책에 사기가 저하되고, 일선 부대들이 겪고 있을 침울한 상황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 반문해봐야 할 게 있다. 군에서의 불미스런 사건이 과연 군에만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문제인가 하는 것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성교육 등은 잘 이뤄지고 있어 군의 사건.사고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까? 우리 사회는 모든 게 정상적인데 군에만 들어가면 비정상적으로 되는 것일까? 현재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장에서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할 때 어느 단계든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그 결과로 불량품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모든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관리돼야 하며 각 단계에서의 협업은 필수다. 그래야만 소비자의 욕구에 충족하는 양질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군 입대 전, 군 복무 중, 군 전역 후 등 전 단계에서 명철한 진단과 광범위한 대응 방안이 강구되고 지속적으로 실행돼 져야 한다.

군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1차적으로 군의 문제이며 군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군에만 책임을 묻고 비판하면서 단기간에 마련된 대책에 만족하고 사건이 일단락된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의 방식은 현명한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정부에서 보다 주도적으로 나서서 우리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떻게 싸워 이길까를 고민하고 훈련해야 하는 군이 이런 저런 눈치를 보며 위축된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몹시도 안타깝고 염려스럽다. 오늘밤도 전투에서의 승리를 꿈꾸는 게 아니라 내일 아무 사건 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는 결국 우리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동우 제주대 교수.예비역 해군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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