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수의 건강&생활] 만성 정맥 질환, 그냥 놔두지 마세요

[이길수의 건강&생활] 만성 정맥 질환, 그냥 놔두지 마세요
  • 입력 : 2021. 09.08(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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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어떤 조직이 일을 하고 나면 반드시 노폐물이 생긴다. 흔히 ‘젖산’으로 알려진 이 노폐물이 조직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저류하면 염증 반응은 물론 체내 산-염기 균형을 망가뜨려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이를 잘 운반해 주는 하수도 파이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정맥계 인데 어떤 이유로 그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만성정맥질환’이라 불리는 질병이 된다.

미국 정맥학회 및 혈관외과 학회에서는 오래전 부터 이런 만성정맥질환을 6가지 클래스로 분류해 명명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지정맥류는 클래스 2를 말하고 다리 부종이 있을 경우 클래스 3이라 부르는 식이다. 일반인은 물론 전공을 하지 않는 의사들도 이 클래스가 높아지면 질병이 심각 해 진다고 오해하고 있는데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정맥순환이 안돼 궤양이 생긴 클래스 6이 그 전 단계인 클래스 5보다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증상이 미미한 클래스 2 하지정맥류가 심한 증상을 가진 클래스 0이나 1보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맥혈전증이든, 하지정맥류든, 지방피부 경화증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상태이며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초음파나 CT와 같은 장비들이 부족해 제대로 된 진단을 할 수 없어 의사의 맨눈이나 진찰만으로 환자의 상태가 진단되곤 했다. 이런 연유로 분명히 나는 다리가 무겁고, 밤에 쥐가나고, 저리고 불편한데 병원에 가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고 시중에 판매하는 보조식품이나 순환개선제만 복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맨눈이나 진찰로는 조직속에 보이지 않는 혈관의 역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진료는 절대 받아서는 안된다. 물론, 지금은 유럽과 미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엄격한 진단기준을 가진 초음파 검사법과 분류체계가 있어 이런 일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만성 정맥질환은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게 할 뿐 오랜기간 내버려 두더라도 생명의 위협이나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는 것은 드물다. 문제는 이런 별것 아닐 것 같은 특성 때문에 잠재적인 위험성을 너무 간과하게 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심장과 혈관 수술을 전공한 전문가로서, 일반인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셔야 할 경우를 다섯 가지만 적어드린다.

첫째, 증상이 있든 없든 종아리와 발목이 무겁거나 붓는다. 특히 누가 봐도 내 다리가 부어 있다고 할 경우. 둘째, 무리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밤에 쥐가 나는 일이 잦아졌다. 셋째, 다리에 힘줄이 선 지는 오래 됐는데 발목 주변의 피부색이 어두워 지거나 간혹 가려움을 느낀다. 넷째, 종아리나 발목에 국소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이 생겼는데 피부과를 아무리 오래 다녀도 진단이 안되거나 치료가 안된다. 다섯째, 앞서 말한 증상가운데 한가지라도 있으면서 숨이 차다는 느낌이 든다.

위의 경우들을 무심코 넘겨버리면 나중에 큰 시간과 비용으로도 치료하기 곤란한 경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연로하신 가족과 함께 생활하시는 경우 부모님들의 다리 상태를 한달에 한번씩은 꼭 관찰하는 것이 좋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빛나는 가을이 왔다. 건강한 다리로 아름다운 제주를 마음껏 즐기시길 희망한다. <이길수 수흉부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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