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의 월요논단] 달라질 것인가, 그냥저냥 살 것인가

[김동윤의 월요논단] 달라질 것인가, 그냥저냥 살 것인가
  • 입력 : 2021. 09.13(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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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7월말 기준으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주민등록상 제주도 인구는 67만5876명이다. 이 가운데 49만2917명이 제주시에, 18만2169명이 서귀포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다. 서귀포시 인구가 제주도 인구의 27%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귀포시는 연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한다. 만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20% 이상일 경우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서귀포시는 노인인구가 3만6197명으로 전체의 19.7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제주시 14.68%, 전국평균 16.80%보다 높은 만큼 간과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따라서 서귀포시청에서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여 노인복지지원센터를 건립하고 있으며, 치매전담 주간보호시설 확충, 통합돌봄 프로그램 운영 등에 힘쓴다고 한다(한라일보 '서귀포시 연내 초고령사회 진입 전망' 기사 참조).

사실 인구는 도시로 쏠리게 마련인 데다 서귀포시의 전체인구가 줄어든 것도 아닌 만큼 대수롭지 않은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균형발전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인구비중이 적은 서귀포시가 초고령사회에 임박했음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도청을 서귀포로 이전하는 것만큼의 확실한 대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일부 부서를 서귀포시에 뒀던 적이 있었으나 그런 수준으로는 안 된다. 도지사가 근무하는 본청이 서귀포에 있어야 한다. 도의회도 서귀포로 이전해야 한다. 그러면 상당한 정도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 정도의 대책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본다.

획기적 발상 전환과 관련해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은 제주시 동(洞)지역 고등학교에 관한 것이다. 서쪽의 신제주(연동, 노형) 지역에 여고가 없고, 동쪽 지역에 남고가 적어 불편하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해당 지역에 학교를 신설해야 하느니 모 여고를 이전해야 하느니 의견이 분분하다.

이 문제는 남녀공학의 확대가 확실한 해법이라고 본다. 우선 공립학교를 남녀공학으로 바꾸면 된다. 제주제일고등학교,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다(공립인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중앙중학교, 제주중앙여자중학교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게 대세가 되면 사립학교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학교의 전통이 소중하기에 동문 등이 격하게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은 새로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도내에서 가장 오랜 전통의 제주고등학교도 남학교였지 않은가. 사관학교에서 여자생도를 받아들인 지도 꽤 오래 되었지 않은가. 남녀공학의 긍정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1980년대 후반부터 신설되는 학교들은 모두 남녀공학으로 개교하지 않았던가. 요즘 세상에 남녀칠세부동석이니 하는 말들을 내세우는 고리타분한 꼰대들은 없으리라고 본다.

달라져야 할 것은 달라져야 마땅하다. 그러려면 발상과 인식의 전환이 급선무다. 하지만 싫다면 어쩔 수 없다. 지금처럼 살면 되는 것이고, 그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불편을 감수하면서, 정체되는 서귀포에 대해 그냥저냥 걱정이나 하면서, 신제주에 새 학교를 세우자 말자 갑론을박도 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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