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문화광장] 공립 박물관 유료화 정책

[김준기의 문화광장] 공립 박물관 유료화 정책
  • 입력 : 2021. 10.05(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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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박물관(미술박물관 포함)이 유료화 정책으로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국의 주요 공립 박물관들이 무료화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타났다. 공짜 박물관의 관객 태도 문제, '공립 무료:사립 유료'의 비대칭 문제, 공공서비스의 수혜자 부담원칙 문제 등이 그것이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지향으로 무료로 전환했던 공립 박물관들이 올해부터 서서히 유료화 또는 관람료 현실화로 전환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시의회가 운영조례 개정안을 발의해, 공립 박물관의 합리적 운영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연내에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서울시 산하의 박물관들은 내년부터 유료로 전환한다.

경기도의 경우도, 지난 10월 1일에 ‘경기도 공공 뮤지엄 유료화 정책 전환을 위한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여론 수렴을 했다. 발제자로 참가한 김영호 교수(한국박물관학회장)는 '뮤지엄의 사회적 기능과 유료화 정책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유료화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도의원, 사립 박물관 관장, 문화재단 관계자 등 참가자들도 공감했다. 향후 유료화로 전환하는 데 긍정적인 합의점이 나왔으니 기대해볼 일이다. 공짜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유료화가 한 단계 성숙한 박물관 문화를 만드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해볼 일이다.

공공서비스의 유료화가 자칫 신자유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도서관 들어갈 때, 무료 입장에 익숙해져 있듯이 박물관도 공짜여야 한다는 관행.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도서관 문화의 대중성에 비해 박물관 문화의 대중성은 아직 미비하다. 또한 모든 공공서비스가 모두 다 무료로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보다는 일정한 정도의 수혜자 부담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사회적 합의도 있으니, 공짜 박물관 관행이 재검토 대상으로 떠올라 있는 것이다.

공립 박물관이 무료화를 하면, 상대적으로 사립 박물관들이 관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얼핏 보면 설마 그럴까 싶은데, 사립 박물관 운영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심각하다. 이는 국립대학이 무료이고, 사립대학이 유료인 상황과 같은 이치인데, 대학이야 교육열 때문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쳐도, 박물관은 문화적 미성숙한 영역이라서 공립과 사립의 현격한 비대칭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사립 박물관들에도 안팎의 과제가 산적해 있으나, 우선 공립.사립 박물관의 무료.유료 정책만큼은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제주도의 경우 관광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제주도의 공립 박물관들은 1000~2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돈과 윤리의 문제를 연관 짖기 민망한 일이지만, 적은 금액을 내고 입장하는 관광객들에게 관람자로서의 차분한 예절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공립 박물관이 단체 관광객들의 싹쓸이 관람으로 몸살을 앓는 사이, 사립 박물관들은 상대적으로 관객 유치의 기회를 잃는다는 점, 문화+관광 정책의 차원에서도 재검토할 일이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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