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현대극장 유감, 단관극장의 추억

[김정호의 문화광장] 현대극장 유감, 단관극장의 추억
  • 입력 : 2021. 10.12(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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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극장 건물이 헐리고 주차장으로 변했다. 제주 근현대사의 랜드마크인 현대극장은 대중의 관심밖에서 2019년 1월에 철거 완료됐다. 농촌에서 도시로, 다시 신시가지와 육지로 인구가 이동하고, 우리 제주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70대 이상의 어른들이 사라지면서 제주의 영화문화를 상징하던 공간들도 사라진다. 제주인들의 공통 경험과 역사도 이렇게 사라진다.

삼도2동 중앙성당과 화교소학교 인근에 있었던 현대극장은 1944년에 무성영화와 유랑극단 공연을 위해서 활용되다가 1948년에 정식 허가를 받아서 여러 공연과 행사를 개최했던 곳이다. 1953년부터 영화전용 극장으로 사용되다가 1978년 폐업한 뒤에 건물만 남아 있었다. 80대의 어른은 제주극장으로 기억하고 있다. 현대극장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은 오멸, 부지영, 임찬익 감독 등 제주 출신이거나 지역 문화, 영화,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2016년에 이뤄졌으나 결실을 이루지는 못했다.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옆에 있는 1963년에 개장했던 서귀포 관광극장은 천정을 제거하고 건물 외양은 남겨둬서 노천공연장으로 활용되면서 제주의 문화역사를 증언하고 있는데, 정작 제주시 지역은 허물고 말았다. 제주 최초의 극장은 1926년과 28년 사이에 일본인이 만든 창심관이라고 한다. 현재 동문로 일대 제일은행 건물이 그 위치이다.

제주시에 1960년 개관됐던 제일 극장은 1992년에, 1957년에 개관됐던 아세아 극장은 1978년에 폐관되고, 이제 남아 있는 극장 건물은 1964년에 개관된 동양극장 건물이다. 동양극장 개관 사진을 보면 지금처럼 쇼핑몰에 극장이 들어서는 형식과 매우 유사하게 첨단적이다. 1998년 cj가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에 CGV 강변을 개관하면서 우리나라에 도입된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이제 단관 극장의 시대는 사라졌다. 현재 남아 있는 단관 극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은 동두천의 동광극장과 광주의 광주극장으로 현재도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옛날 극장이나 단관 극장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옛날을 기록하는 50대 이상의 블로거들도 상당히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극장 문화사에 관한 연구의 대표주자는 '광주의 극장 문화사', '호남의 극장 문화사' 등을 저술한 위경혜이다.

그는 최근에 순회 영화 상영에 관련된 인사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해 기록한 '굿쟁이, 로뗀바리, 이동영사'를 출간했다. 영남지역의 영화관과 연극공연장에 대한 극장 문화사 연구는 '조선의 지역극장', '영남의 지역극장'을 쓴 김남석이 주로 하고 있다.

제주 지역의 극장 문화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80년대 언론 통폐합 이전의 제주 지역 신문들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가 절실히 요구되고, 아직 살아있는 극장 관련업 종사자들의 인터뷰 기록이 요구된다. 5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지만, 조선 시대 목관아지는 복원하면서도 근현대 역사적 랜드마크 건물들은 허물고 있다. 조선 시대, 일제 강점기,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를 한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적들이 제주에도 많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김태일의 '제주 근대 건축 산책'을 들고, 무근성을 비롯한 원도심 산보, 골목길 야행을 해보는 것은 어떤가.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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