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진의 하루를 시작하며] 서점의 날엔 서점에서 책 한 권씩

[권희진의 하루를 시작하며] 서점의 날엔 서점에서 책 한 권씩
  • 입력 : 2021. 11.10(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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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1년 중 가장 책이 안 팔리는 계절이 가을이다. 오죽하면 가을에 책이 안 팔려서 사람들이 책을 읽게 하려고 만들어낸 말이라는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출판업계에서는 농경문화의 관습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흔히 가을에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쓰이는 사자성어로 '등화가친(燈火可親)'을 얘기하는데, 이는 중국 당나라의 대문호인 한유가 아들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지은 시 ‘부독서성남시(符讀書城南詩)’의 한 구절이다. 가을이 날씨가 선선하고 하늘이 맑으며 한 해 농사를 마친 후라 먹거리도 풍성하니 책을 읽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는 말이다.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생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우리 몸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신경호르몬에도 변화가 생긴다. 일조량이 풍부한 봄,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가을에는 일명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도 함께 줄어든다. 이에 따라 사람의 활력이 떨어지고 차분해져서 좀 더 사색적으로 되니 책에 집중하기에 좋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가을이 한창인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가? 대부분 '빼빼로 데이'라고 대답할 것 같지만 사실 이 날은 '서점의 날'이다. 2016년 11월 11일,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제정·선포한 이래 문화체육관광부 지원하에 매년 '서점의 날'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11일이 서점의 날이 된 것은 '서가에 꽂혀 있는 冊(책)'과 이를 읽기 위해 '줄지어 서점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날짜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속설도 반영됐을 것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이미 다양한 공모전과 행사를 기획,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다. 지역 서점 발전을 위해 현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안들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는 컨퍼런스를 비롯해 독자들이 직접 지역 서점을 응원하고 소개하는 브이로그를 제작해 공모하는 '지역 서점 브이로그 공모전'도 시행했다. 또한 11월 5일부터 11일까지를 서점 주간으로 정해 전국 어디서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챌린지'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안타까운 일은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서점의 날'이 존재하고 이런 행사들이 있었다는 걸 아시는 분이 얼마 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서점의 날'은 전국 서점과 서점인들의 권익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지역 서점의 가치와 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제정됐다지만, 이 날짜를 11월 11일로 정한 이유처럼 줄지어 서점에 방문하는 독자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야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아직 서점의 날이 지나지 않았으니 올해 11월 11일에는 빼빼로만 사지 말고 가까운 동네 서점에서 책도 한 권 사보면 어떨까. <권희진 디어마이블루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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