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한라시론] 오등봉공원의 경관 훼손 이대로 둘 건가

[이영웅의 한라시론] 오등봉공원의 경관 훼손 이대로 둘 건가
  • 입력 : 2021. 11.11(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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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등봉 자락에 최고 14층 높이의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크다. 오등봉은 예전 제주시내 학교의 소풍 장소로 자주 이용했던 곳으로 시민들에게는 낯익은 공간이기도 하다.

오등봉 일대가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후 한라도서관이 만들어졌고, 제주아트센터가 들어섰다. 도시공원 중심부를 관통하는 한천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됐고, 최근에는 이곳에 제주문학관이 건립돼 문을 열었다. 오등봉공원은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도시공원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제주도와 제주시가 느닷없이 오등봉공원을 민간특례사업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문화공원 조성의 기대는 흐트러지고 말았다. 민간특례사업은 민간업체가 공원 조성 후 이를 기부채납하고, 대신에 일부 공원부지에 비공원 시설인 부동산 개발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오등봉공원의 경우 비공원시설로 최고 14층 높이의 공동주택 1429세대가 개발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고층 아파트 건설로 인한 도시공원의 기능상실과 주변 경관 훼손이 지적됐다. 더욱이 오등봉은 비교적 낮은 오름에 속하기 때문에 바로 옆에 세워지는 아파트단지로 인한 경관 훼손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오등봉의 비고는 56m에 불과해 약 42m 가량되는 14층 아파트 높이를 고려하면 오등봉의 경관은 아파트에 가려 크게 훼손되거나 매우 이질적이고 왜소해 보일 수밖에 없다. 한천을 따라 길게 형성된 수림지대의 경관 또한 훼손되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의 시행 근거가 되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일정한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민간특례사업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 기준 중에 "해당 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 경관이 훼손되지 아니할 것"이란 조건은 오등봉공원의 민간특례사업에 치명적인 조건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 2016년 제주시는 지금의 아파트 건설계획보다 절반 수준인 민간특례사업 제안에 대해 도시공원의 전체적인 경관 훼손과 공원의 기능상실이 우려된다며 불수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인제 와서 두 배 이상 규모가 커진 아파트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경관 훼손의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남은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절차에서 진행될 경관심의에서도 논란은 되겠지만 앞선 절차들을 초고속의 형식적인 통과의례로 넘겨온 제주도가 이를 제대로 평가하기는 만무하다.

시민의 관점에서, 시민을 위한 계획이었다면 도시공원 안에 지금의 부동산 개발계획이 만들어질 수가 없다. 시민의 여가·휴식 공간인 오등봉공원이 지켜질 수 있도록 공익소송을 다루게 될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도심지 마지막 남은 도시숲을 보전하기 위한 제주도와 제주시의 긍정적인 정책전환을 시민의 목소리로 촉구한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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